KDI ‘거시경제 영향’ 보고서
대내외 충격으로 집값 1%만 떨어져도
총생산·총소비 각각 0.5%·0.37%↓
“LTV 규제 적정 수준 논의 필요”
대내외 충격으로 집값 1%만 떨어져도
총생산·총소비 각각 0.5%·0.37%↓
“LTV 규제 적정 수준 논의 필요”
현행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유지될 경우 주택가격이 1%만 하락해도 총생산과 총소비가 각각 0.5%, 0.37%나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반면 이 규제를 강화할 경우엔 경제 전반에 걸쳐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10일 ‘가계부채의 주요 문제와 대응방안’ 국제콘퍼런스에서 발표할 ‘엘티브이 규제가 한국의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현행 70%인 엘티브이 규제 상한이 유지된 상태에서 금리 인상 등 대내외 경제 충격으로 주택가격이 1% 하락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생산과 총소비가 단기적으로 각각 0.5%, 0.3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엘티브이 규제 상한을 60%로 강화할 경우엔 총생산과 총소비 감소율은 각각 0.37%와 0.26%로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엘티브이 규제를 50%까지 강화하면, 같은 폭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총생산과 총소비 감소율은 0.28%, 0.19%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2008년 금융위기 전후(2008년 8월~2009년 3월)로 주택가격(서울지역 아파트 기준) 하락률이 4.2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와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상당한 수준의 총생산과 총소비가 감소할 것이라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은행권 엘티브이 규제 상한을 60%에서 70%로 10%포인트 완화한 뒤, 최근 완화된 이 규제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규제 완화에 따라 우리 경제가 떠안는 위험이 대폭 커진 것이다.
외국에서도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번 국제콘퍼런스에서 발표될 아스게르 라우 안데르센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의 ‘금융위기와 가계부채 및 소비: 덴마크 미시자료 분석’을 보면, 덴마크의 80만가구를 대상으로 금융위기 전후 엘티브이 비율과 소비 변화의 상관도를 따져보니 금융위기 이전에 엘티브이 비율이 높은 가계일수록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 수준은 고소득 가구보다 저소득 가구에서, 기성세대보다 젊은 세대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송인호 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엘티브이 규제 완화가 거시경제에 어떤 위험을 가져오는지를 계량적으로 분석해봤다. 규제 완화 폭이 클수록 경제에 미치는 충격의 폭은 급격히 컸다. 엘티브이 규제의 적정 수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엘티브이 규제 수준과 그에 따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따져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송 연구위원은 “다만 현 경제에 대내외 충격이 전혀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엘티브이 규제 완화가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킨다”고 밝혔다. 한 예로, 엘티브이 규제 상한을 60%에서 70%로 조정하면 주택가격은 0.84% 상승하는 데 그치지만 이 규제를 70%에서 80%로 완화하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1.05%에 이른다는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효과는 금리 변동을 포함해 어떠한 대내외 경제적 변화가 없는 상태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사태나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예고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 경제 상황을 염두에 둘 때 대출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수준에 따른 경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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