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면적 59㎡를 비롯한 소형 아파트가 신규 분양시장의 ‘효자’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문을 연 경기 광주시 태전 5·6지구 ‘힐스테이트 태전’ 본보기집에서 방문객들이 아파트 단지 조형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분양단지 물량의 3분의 1가량인 1001가구가 59㎡형으로 배치됐다. 현대건설 제공
서울 전용면적 59㎡형 인기 높아
청약 경쟁률 ‘112.9 대 1’ 기록도
전세난 탓 내집마련 수요 는데다
소형 공급물량 턱없이 부족
대출조건 등 적절한지 잘 따져야
청약 경쟁률 ‘112.9 대 1’ 기록도
전세난 탓 내집마련 수요 는데다
소형 공급물량 턱없이 부족
대출조건 등 적절한지 잘 따져야
전용면적 59㎡짜리(옛 24~25평형) 소형 아파트가 수도권에서 ‘귀하신 몸’으로 뜨고 있다. 최근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 나온 59㎡형은 예외 없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팔려나가고 있고, 기존 아파트 거래시장에서도 매맷값이 오름세다. 전세난 지속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비교적 자금 부담이 적고 실용적인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서울의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선 전용 59㎡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지난 13일 대림산업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에 내놓은 ‘e편한세상 신촌’ 아파트는 59㎡형 17가구 모집에 서울지역 1순위자 1919명이 청약해, 11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대우건설이 아현동에 공급한 ‘아현역푸르지오’에서도 59㎡형(8가구)의 청약 경쟁률이 52.1대 1이었다. 이 단지의 평균 경쟁률 6.6대 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처럼 청약 경쟁률이 높은 것은 59㎡형 아파트 수요가 크게 늘기도 했지만, 서울의 청약물량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탓도 크다. 서울에서는 택지난으로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새 아파트가 공급되기 마련인데, 조합원의 선택권이 우선이다 보니 일반 청약자에게 돌아갈 59㎡형 물량이 별로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도 59㎡형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청약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섰던 ‘e편한세상 신촌(총 2010가구)’ 59㎡형은 총 물량이 536가구였지만 조합원이 512가구의 물량을 먼저 차지했다. 결국 일반 청약자에 배당된 물량은 특별공급(7가구)을 뺀 17가구에 그쳤다. 게다가 민간 택지에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은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전용 84㎡ 안팎 중형 아파트를 주력으로 배치하는 경향이 큰 점도 소형 공급난을 부추겼다.
경기도에서도 59㎡ 청약 인기는 중대형보다 높다. 롯데건설이 지난달 파주 운정새도시에 선보인 ‘롯데캐슬 파크타운’ 59㎡형(73가구)은 5.7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2순위에서 마감된 74㎡, 84㎡와 달리 유일하게 1순위에서 마감된 점도 눈에 띈다. 최근엔 이를 겨냥해 59㎡형의 물량 비중을 크게 높인 신규 분양 단지들도 경기·인천 지역에 잇따라 등장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경기 광주시 태전5·6지구에 짓는 ‘힐스테이트 태전’(전용 59~84㎡ 3146가구)은 전체 가구의 3분의 1가량인 1001가구를 59㎡형으로 배치했다. 이 아파트는 21일 1순위 청약에 들어간다. 피데스피엠씨가 29일 본보기집을 여는 경기도 시흥시 목감지구 ‘목감 레이크 푸르지오’는 수도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전체 629가구가 전용 59㎡로만 이뤄져 있다. 또 포스코건설이 다음달 분양 예정인 ‘송도 더샵 센트럴시티’(2848가구)도 가구수의 절반가량인 1331가구를 59㎡로 구성했다.
청약시장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도 소형의 강세는 두드러진다. 시세 정보업체 ‘부동산114’는 지난 4월 말 기준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전용면적 60㎡ 이하의 3.3㎡당 매매가격은 1062만원으로, 2년 전인 2013년 4월 992만원에 견줘 7.05% 올랐다고 전했다. 같은 기간 전용면적 60~85㎡ 이하, 85㎡ 초과 아파트값은 각각 4.47%, 0.45%씩 올라 소형 아파트값의 상승률에 크게 못 미쳤다.
청약과 매매를 막론하고 수도권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이렇게 치솟는 데는 서민 등 실수요자가 극심한 전세난을 피해 소형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매수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엔 소형 아파트 분양 물량은 다양한 설계의 발코니 확장을 통해 보통 16㎡(5평) 이상의 서비스 면적이 제공되어 공간 활용도가 커진 점도 인기를 높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기가 높아진 소형 아파트라도 꼼꼼한 확인 없이 청약통장을 쓰는 ‘묻지마 청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한다. 소형일수록 분양가격이나 대출 조건 등이 적절한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파주 운정새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은 59㎡형과 84㎡형의 중도금 대출 조건을 달리해 일부 소비자들이 혼선을 겪기도 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소형인 59㎡형에 수요자가 몰리면서 3.3㎡당 분양가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며 “중대형에 견주어 분양가격이나 대출조건에 차별적 요소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전용 59㎡가 포함된 주요 아파트 분양계획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