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높은 청약률로 단지형 단독·연립주택 붐을 몰고 온 ‘수지성복 예지엔 단독 테라스하우스’ 조감도. 예지엔 제공
한때 주택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의 인기가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다. 답답한 고층 아파트에서 벗어나 전원주택같은 주거생활을 누리면서도 방범·관리가 쉬운 단지형 저층 주택에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30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분양시장에 나온 단독·연립주택에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완판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에 선보인 ‘수지성복 예지엔 단독 테라스하우스’는 지난 24~28일 청약 접수에서 73가구가 평균 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4개 주택형이 모두 마감돼 주변을 놀라게 했다. 예지엔은 분양면적 기준 100~140㎡(옛 30~42평) 크기에 넓은 테라스와 정원을 갖춘 2층짜리 단지형 단독주택으로, 노후를 전원주택 같은 곳에서 지내고 싶어하는 중장년층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모았다. 시행사 예지엔의 박형근 분양본부장은 “신분당선 연장역인 성복역이 인근에 들어서는 등 교통 호재와 기존에 조성된 우수한 주거·교육 인프라, 합리적인 분양가 등이 좋은 반응을 얻은 요인”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에스(GS)건설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내놓았던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는 최근 높아진 연립주택의 위상을 보여준 사례다. 지상 4층 규모 전용면적 76~84㎡ 646가구로 이뤄진 이 단지는 지난달 청약에서 일반의 예상을 깨고 1·2순위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1층 128가구에 전용 테라스, 4층 162가구에 복층형 테라스가 적용돼 눈길을 모았다. 지에스건설 관계자는 “4층이지만 엘리베이터와 지하주차장을 갖추고 지상에 중앙광장을 꾸미는 등 주거 편의성을 높인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단독·연립주택은 과거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활발히 공급됐던 ‘타운하우스’(블록형 단독·연립주택)와는 다르다. 타운하우스는 중대형 위주로 분양값이 비쌌던데 반해 최근 분양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들은 ‘중소형’이면서 ‘착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전용 84㎡ 이하로 구성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는 분양값이 3.3㎡당 평균 1030만원으로 저렴했다. 수지성복 예지엔은 73가구 중 71가구가 분양면적 120㎡ 이하 중소형인 데다, 분양값은 평균 5억원대 중반으로 인근 중대형 아파트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LH)가 최근 중대형 단독주택이 들어설 택지지구 땅을 소형 연립주택 부지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도 이같은 단독·연립주택의 ‘저가·소형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엘에이치는 성남 수정구 창곡동 일대 위례새도시 A2-14블록의 용도를 ‘제2종전용주거’에서 ‘제2종일반주거’로 바꿔 애초 계획했던 단독주택 147가구보다 늘어난 360가구의 ‘뉴스테이’(전용면적 60~85㎡) 부지로 공급하기로 했다. 뉴스테이는 8년 이상 장기 임대하는 민간 임대주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고령화 시대를 맞으면서 과거 중장년층의 로망이던 전원주택의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쇼핑시설과 병원 등 편의시설이 가까운 도시지역의 저층 단독·연립주택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중장년층이 도심·강남 등 출퇴근 거리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중형 이하로 지어지는 단독·연립주택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최근 단지형 단독·연립주택은 ‘파주 헤르만하우스’ 등 대형 고급 타운하우스와 ‘용인 예지엔’ 등 중소형 시장으로 양분되는 추세”라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중소형 단독·연립주택 시장이 빠르게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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