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전세로 사는 정아무개씨는 최근 입주를 희망했던 화성 동탄2새도시 아파트에 청약했다가 떨어져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장기 무주택자인 그는 ‘동탄2차 푸르지오’ 전용면적 74㎡ 아파트 분양에서 ‘청약 가점제’를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당첨될 것으로 기대했다. 두 자녀를 둔 15년 이상 무주택자로 청약부금 통장에 가입한 지도 6년이나 되다 보니 청약 가점이 60점으로 상당한 고득점 군에 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당첨자 발표에서 당첨선은 이보다 훨씬 높은 68점이 나왔다. 정씨는 “내년부터는 가점제가 아예 없어진다고 해서 올해 안에 어떻게든 아파트를 분양받고 싶은데, 가점제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무주택자가 청약 가점제를 활용해 인기 지역 민간 중소형 아파트를 분양받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로 어려워졌다. 청약 가점제는 수요자의 무주택 기간(최대 32점), 부양가족 수(최대 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최대 17점)에 따른 합산 가점이 높은 사람을 입주자로 뽑는 제도로 84점이 만점이다.

이달 초 분양한 화성동탄 2차 푸르지오의 당첨선이 최고 70점까지 치솟았으며, 지난달 서울 자양동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 ‘화성동탄 반도유보라 5.0’ 등도 일부 주택형의 당첨선이 60점을 넘어선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지난해만 해도 청약 가점이 50점대만 되면 당첨 안정권에 속했으나 올해 청약 열기가 달아오르며 상황이 급변한 셈이다. 상당 기간 무주택자로 지냈더라도 가점제 분양에서 탈락하면 일반 추첨제 분양으로 경합해야 해서 당첨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올해 아파트 청약 가점제의 문턱이 높아지게 된 것은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겨냥해 가점제 적용 범위를 축소·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9.1 부동산 대책’으로 올해 2월부터는 청약 가점제를 적용할 때 2주택 이상 보유자의 감점 규정이 폐지됐다. 앞서 지난 2013년 하반기에는 가점제 대상 물량이 크게 줄었다. 실수요자들이 주로 희망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은 원래 대상 물량이 공급 가구 수의 75%였으나 40%로 축소됐다. 85㎡ 초과 주택은 기존 50%에서 아예 폐지됐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40% 물량에 대한 가점제 적용마저 지방자치단체장이 해당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축소할 수 있게 된다. 지역에 따라서는 가점제 물량이 전혀 없는 곳도 나올 수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라면 전용면적 85㎡ 이하 민간 아파트 40% 물량에 대해서 의무적으로 가점제가 적용되는 올해 안에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유리한 셈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청약 가점이 70점에 가깝다면 어떤 아파트라도 안정적 당첨권에 들어간다고 본다. 70점은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수 4인(2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1~12년(13점)에 이른 장기 무주택 가구주여야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청약 가점이 60점 이하인 사람은 올해 서울·수도권에 공급되는 인기 지역 아파트 청약에선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올해는 신규 아파트 청약열기가 뜨거워진데다, 가점제가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마지막 해라서 당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