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월세 임차가구의 지난해 소비지출 가운데 주거비의 비중이 사실상 3분의 1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한국의 독특한 주거 현실을 고려해 주거비에 ‘보증금’ 부담까지 반영한 결과다.
현대경제연구원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26일 발표한 ‘전·월세 보증금 보정 슈바베계수의 추이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임차가구의 소비지출액 가운데 주거비 부담의 비중을 따져보니 34.5%였다고 밝혔다. 슈바베계수란 독일 통계학자가 만든 경제지표로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임대료나 주택 관련 대출상환금, 수도비, 세금 등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이른다. 김 선임연구원은 전세나 반전세(보증금+월세)의 주거 형태가 많은 현실을 고려해 보증금의 기회비용을 계수 산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보증금을 반영한 슈바베계수는 2010년 30.4%에서 2012년 32.8%, 2013년 34.2%, 2014년 34.5%로 해마다 상승했다.
소득별로 봤을 땐 저소득층(중위소득의 50% 미만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커서, 이들의 슈바베계수는 2010년 39.1%에서 해마다 올라가 2013년 43.1%로 고점을 찍었으며 지난해 41.4%로 내려왔다. 나이대별로 봤을 땐 40대 이상의 주거비 부담이 20대와 30대보다 높았다. 지난해 40대 이상의 슈바베계수는 35.2%였으며 20대~30대는 33.3%였다. 특히 40대 이상은 계수가 해마다 올라가 지난해 고점을 찍었으며, 20대~30대는 2013년 33.8%에서 지난해 33.3%로 다소 내려왔다. 저소득층이나 20~30대 연령층은 월세 거주 비중이 높은 편인데, 최근 월세가격이 하락하자 계수 오름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도시 지역 여부로 나눠 보면, 도시 지역의 슈바베계수는 2010년 31%에서 2014년 35.8%로 꾸준히 올랐지만 비도시 지역은 2010년 23.2%에서 2012년 25.5%로 상승했다가 지난해 24.3%로 떨어졌다.
김 선임연구원은 “주거비 부담 증가의 근본적 원인은 경기 침체로 실질 소득이 정체돼 가계의 구매력 자체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고용시장 안정을 통해 가계 구매력을 확충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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