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최근 전세난 여파로 법원 경매시장에서 주택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입찰 경쟁이 치열해진 탓에 낙찰금액이 감정가를 넘어서는 고가 낙찰도 속출하고 있다.

2일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 집계를 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91.7%를 기록해 2007년 6월(92.7%) 이후 가장 높았다. 낙찰가율이 91.7%라는 것은 수요자들이 감정가 1억원짜리 아파트를 평균 9170만원에 사들였다는 뜻이다. 경매 개시 때 기준이 되는 감정가는 법원의 의뢰를 받은 감정평가사가 평가한 경매 물건의 시장가치다.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을 지역별로 나눠보면, 경기도가 92.2%로 2007년 6월(93.3%) 이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고, 인천은 92.3%로 2008년 9월(99.1%) 이후 최고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도 91%로 2008년 6월(92.3%) 이후 가장 높았다.

이처럼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이 뛰어오른 것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낙찰된 사례가 많아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법원 경매로 낙찰된 수도권의 아파트는 총 699건으로, 이 가운데 30.2%인 211건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수도권 아파트의 고가 낙찰 비율은 지난해 전체 낙찰건수의 7∼13%대에 그쳤으나 올해 1월 14%, 2월에 18.8%로 증가한 뒤 3월 들어 30%를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총 192건이 낙찰된 가운데 31.8%인 61건이 감정가를 초과해 낙찰됐다. 또 경기도는 342건의 낙찰물건중 119건(30.7%)이 고가 낙찰됐고 인천은 120건 중 31건(25.8%)이 감정가 이상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49.9㎡는 57명의 응찰자들이 경합한 끝에 감정가(1억9300만원)의 112%인 2억1897만원에 낙찰됐다. 이천시 장호원읍 장호원현대 아파트 59.4㎡는 감정가(1억600만원)보다 4520만원이 비싼 1억5120만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143%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매시장 과열은 극심한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나 집을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이 몰린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고가 낙찰 사례의 대부분이 감정가 1억∼3억원대의 중소형 아파트라는 점이 눈에 띈다”면서 “이른바 ‘전세 난민’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실수요자들이 조급한 마음에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