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심각해진 전월세난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대책으로 어떤 내용이 담길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취임 일성으로 전월세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전월세난에 대한 국민 우려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주택기금을 통한 저리의 전세자금 지원과 월세대출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취임식 때는 전세의 급속한 월세화 현상을 지적하며 “중장기 대책뿐 아니라 단기적인 보완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 안팎에선 조만간 관련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월세 지원을 뼈대로 한 ‘10·30 서민 주거비 경감 대책’을 내놨지만, 올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가중되는데 따라 보완적인 처방책을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대목은 현재 전세수요를 매매로 전환해 전세난 압력을 낮추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한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의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고, 근로자·서민·저소득가구를 위해 올해 통합·출시한 ‘버팀목 전세대출’의 금리를 낮추는 방안이다. 이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1%대 인하에 따라 정책자금과 민간 금융기관의 주택자금 대출 금리가 역전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디딤돌 대출의 금리는 소득 수준에 따라 2.6~3.4%, 버팀목 전세대출 금리는 2.7~3.3% 수준이다.
국토부는 또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올해 도입한 연 2.0% 금리의 ‘주거안정 월세대출’ 자격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준비생은 현재 부모의 연소득(부부 합산)이 3000만원 이하이면서 부모와 따로 사는 만 35살 이하의 고등학교 이상 졸업생이어야 하고 졸업한 지 3년이 넘지 않아야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월세대출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취업준비생, 근로장려세제 가입자에게 최대 720만원까지 2년치 월세를 빌려주는 제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존 전월세 대책의 연장선에 있는 보완적 처방만으로 최근의 전월세난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대출 지원 등 반짝 효과가 있는 처방에 매달리기보다는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과도기적 현상을 고려해 정부의 적절한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 시대에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임대차시장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지만, 급격한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해 전세의 월세 전환 속도를 늦추는 방안은 고려해볼 수 있다. 전세를 놓는 임대인에게 세제상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세입자가 희망하면 임대차 계약기간 연장(2년 → 4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지역도시계획학과)는 “전월세 상한제는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물가와 연동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단기적으로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고, 장기적으로 (전월세) 공급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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