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아파트 매물 시세판.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수도권 전세난으로 인해 좀더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떠나는 이른바 ‘전세 난민’들이 지난해 경기 용인시에 대거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지난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이용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세의 실거래가 총액을 조사했더니, 시·군·구 가운데 용인시의 전세 실거래가 총액은 3조99억원으로 전년(2조5754억원)보다 16.9%(4345억원) 늘어나면서 증가폭 1위를 기록했다. 실거래가 총액은 실제 거래가 이뤄진 부동산의 거래가격을 모두 합한 것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거래량이 많아지면 실거래가 총액이 증가한다.
조사를 보면, 지난해 수도권에서 거래된 전세의 실거래가 총액은 62조4521억원으로 전년(59조7103억원)보다 2조7418억원 증가했다. 시·군·구별로는 용인에 이어 서울 성동구 3226억원(1조2401억→1조5627억원), 경기 안양시 2885억원(1조4012억→1조6897억원), 서울 송파구 2775억원(4조1004억→4조3779억원), 경기 수원시 2734억원(1조1949억→1조4683억원), 서울 노원구 2192억원(1조4748억→1조6940억원) 등의 차례로 증가액이 많았다.
지난해 전세 실거래가 총액 상승폭이 큰 지역은 대부분 강남이 가까운 서울과 경기도 지역이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서울의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울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이들 지역의 전셋값이 오르고 거래량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서도 용인의 전세 실거래 총액 상승폭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강남을 비롯한 판교·분당 등지의 전셋값이 뛰어오르면서 전세 수요자들이 대체 주거지로 용인을 많이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용인은 최근 5년 안에 입주한 새 아파트가 많은데다, 신분당선과 용인경전철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전세 수요층을 대거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 시·군·구 가운데 지난해 전세 거래량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수원시로, 전년보다 23.7% 증가한 1만6650건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용인의 거래량 증가폭은 8.6%에 그쳐, 거래량 증가세보다 전셋값 오름세가 더 가팔랐던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 용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국민은행 통계)은 6.40%로, 경기도 평균 상승률 5.41%보다 1%포인트 높았다.
부동산업계에선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1%대 인하 등 초저금리에 따른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이주 등의 영향으로 올해 수도권의 전세난이 더 가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해 교통여건이 양호한 수원·화성·용인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 전세난에 지친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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