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1%대(1.75%)로 내린 뒤 서울에 문을 연 오피스텔 본보기집에 구름 인파가 몰리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주택 매매시장은 좀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하지만, 전월세 시장은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로 가뜩이나 심각한 전세난이 더 심화할 조짐이 보인다.

15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지난 13일 대우건설이 문을 연 ‘마포 한강 2차 푸르지오 오피스텔’ 본보기집에 주말 사흘간 1만5000여명의 방문객들이 찾아와 북새통을 이뤘다. 이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3, 25㎡ 소형 448실로, 초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대 기준금리 영향으로 5~6% 수준의 월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도 오피스텔 못지않게 뜨거운 분위기다. 반도건설이 13일 문을 연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5.0, 6.0’아파트 본보기집에는 사흘간 무려 3만7000여명의 방문객들이 몰렸다. 밀려든 인파로 오후 늦게까지도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본보기집 개장 시간이 오후 7시까지 1시간 연장되기도 했다. 백운성 반도건설 분양소장은 “동탄2새도시의 핵심입지인 광역비즈니스콤플렉스의 첫 분양인데다, 최근 전세난 속에서 기준금리까지 내리자 새 아파트 구매심리가 더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은 초저금리 여파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에는 이번 금리 인하 발표 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월세 비중을 높이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증가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증금이 많은 반전세(보증부 월세)를 내놓았던 집주인이 금리 인하 발표 뒤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이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서울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임대계약이 끝나는 전세는 대부분 전셋값 인상분만큼을 월세로 돌리는 보증부 월세 형태로 바뀌고 있다”면서 “앞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월세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세 매물 품귀에 따른 전세난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 지적이다.

주택 매매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 이후 눈에 띄는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수자들이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고 있다. ‘당분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이어질 듯하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미 저금리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8년 만에 100만 건이 넘는 주택이 거래된 매매시장은 상대적으로 금리 추가 인하에 둔감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