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봄소식과 함께 수도권 ‘분양 대전’의 막이 오른 가운데, 3월 들어 첫 고객맞이에 나선 아파트 본보기집에 구름 인파가 몰리고 있다. 전셋값이 집값 수준에 바짝 다가서는 등 전세난이 극심해지면서 내 집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부쩍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분양시장이 한산했던 지난해 이맘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지난 1~2월 주택 거래량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서 거래·청약시장의 ‘동반 회복세’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8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지난 6일 문을 연 지에스(GS)건설의 인천 청라국제도시 ‘청라파크자이 더 테라스’ 본보기집에는 주말 사흘간 2만여명이 찾아 북새통을 이뤘다. 김보인 청라파크자이 더 테라스 분양소장은 “다용도로 쓸 수 있는 테라스, 주변 시세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청라국제도시와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전세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대농이 경기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기흥역세권 도시개발구역에 내놓은 ‘기흥역 지웰 푸르지오’ 본보기집에도 개관 이후 주말 사흘간 관람객 2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본보기집이 자리잡은 분당 오리역 일대는 극심한 교통혼잡을 빚었으며 입장 대기 줄이 200m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기흥역 지웰 푸르지오는 전용 84㎡ 분양값이 4억원 선인데, 최근 극심한 전세난에 지친 분당·용인권 실수요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회사 쪽의 설명이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이 단지는 전용 84㎡ 아파트 561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162실 규모로, 오는 11일 1순위 청약에 들어간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건설업계가 3~5월 수도권에서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나서는데다, 수도권의 청약 1순위 요건까지 완화돼 봄철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이 달아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수도권도 지방과 마찬가지로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년(종전 2년)만 넘으면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물량이 쏟아지는 데 따라 인기 지역은 청약자가 대거 몰리고, 비인기 지역은 미분양이 발생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온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한꺼번에 물량이 많이 쏟아진다는 것은 2~3년 뒤 한꺼번에 입주가 이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수요자들은 분양가격이 적정한지, 향후 교통과 생활편의가 어떻게 바뀌는지 등을 잘 따져보고 청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