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상가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최근 극심한 전세난으로 서울에서도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서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저금리와 집값 안정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아파트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전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종암에스케이(SK) 아파트 전용면적 59㎡의 경우 전세가 지난달 6일 최고 2억4000만원, 매매는 2억4900만원에 거래됐다. 전세가율은 96.4%로, 전세가격에다 900만원만 더 보태면(취득세·등기비 등 제외) 해당 아파트를 아예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재건축 이주 여파로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 강동구의 경우 암사동 선사현대 전용 59㎡는 지난달 전세가 3억3000만원, 매매가 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세가율은 97%로, 강동구 평균 전세가율(62.3%)보다 34%포인트 이상 높다. 암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에 1000만~2000만원만 더하면 집을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생기면서, 세입자들이 대출을 받아 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셋값이 매매가격와 맞먹을 정도로 치솟은 것은 전세 물건이 점점 귀해지고 월세는 늘어나고 있는 현실과 관련이 깊다. 집주인들은 저금리 여파로 기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반해, 수요자들은 임대료 부담이 큰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건이 많은 월세 가격이 상대적으로 약세이긴 하지만,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 전월세 전환율이 여전히 높은 것도 세입자들이 월세를 기피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의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6.6%(한국감정원 조사)로, 시중 은행 예금금리의 3배를 넘는다. 전월세 전환율이 6.6%라는 것은 1억원의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는 경우 연간 660만원(월 55만원)을 임대료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앞으로 집값이 조금만 하락하면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경기 외곽지역에서는 일부 역전 사례가 나왔으나 서울과 지방 대도시 등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과거에는 전셋값이 매맷값의 70% 육박하면 그 다음부터는 매맷값이 올랐으나 월세 시대가 닥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66.1%인데, 올해 안에 70%선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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