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 은평뉴타운에 거주하는 박아무개씨는 올 봄 전세로 이사할 아파트를 중개업소에서 소개받았으나 중개수수료 문제로 찜찜한 기분이다. 올해부터 내리는 것으로 알았던 중개보수가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다음달이나 바뀐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가 소개받은 3억5000만원 짜리 전셋집의 중개보수는 현행 요율대로 하면 최대 280만원 이내에서 중개인과 협의하게 돼 있지만 바뀌는 요율(정부안)을 적용하면 140만원이 상한액이 된다.

봄 이사철이 닥쳤는데도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택 중개보수 개정안이 실제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집값이 비싸 소비자의 중개보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수도권이 문제다. 최근 중개보수 협상 여지가 없는 고정요율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여론 반발에 밀려 조례안 상정을 보류한 경기도의회는 다음달 11일 재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는 25일 중개보수 조례안 개정을 안건으로 상임위원회를 여는 서울시도 일러야 다음달 중순 이후에나 전체 회의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의 중개보수 개정안이 나온지 석달이 지났지만 개정조례를 통과시킨 곳은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서 강원도가 유일하다.

이번 조례 개정으로 중개보수가 바뀌는 것은 매매의 경우 거래금액 6억~9억원, 임대차(전·월세)는 3억~6억원 구간이다. 정부안은 매매는 0.5%(현행 0.9% 이내 협의), 임대차는 0.4%(현행 0.8% 이내 협의)를 상한으로 정했고, 그 이하나 초과 구간은 변동이 없다. 이에 따라 달라지는 중개보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로 적용되는 곳이 수도권이다. 2013년 기준으로는 서울지역 매매거래 중 11.9%(7563건)가 6억~9억원대였고, 전세는 21.3%(3만5717건)가 3억~6억원 사이에서 거래된 바 있다. 최근 2년 새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른 탓에 올해 이 구간의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바뀌는 중개보수 조례가 시행되기 전에 주택을 거래하는 수요자의 경우 계약 때 중개보수를 놓고 중개인과 협상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도 매매 6억~9억원, 임대차 3억~6억원 구간은 상한 요율에 못미치는 선에서 중개보수가 대부분 결정된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조사를 보면, 지난 2013년 임대차로 3억~6억원 주택을 거래한 경험이 있는 수요자들의 58% 가량은 0.4~0.5%의 중개보수를 실제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상이 이뤄진 경우도 있겠지만 일선 중개인들 상당수가 이런 수준의 보수를 요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중개보수는 통상 잔금 지급일에 같이 지불하지만, 수요자로선 계약을 맺을 때 중개보수까지 협상을 매듭짓는 게 유리하다. 조례 개정안 시행일 전에 3억~6억원 사이에서 계약하는 세입자인 경우 과거에도 적용 빈도가 높았고 이번 정부안의 상한요율이기도 한 0.4%로 합의를 시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