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탄력적용’)을 뼈대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내년에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가 올해보다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재개발·재건축 단지 등 민간택지에서는 조합과 건설사가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심의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서울 강남과 도심권 등에서는 국지적인 분양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의 눈높이를 벗어나는 수준의 ‘고분양가’ 아파트라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24일 건설·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업계는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반기면서 실제 분양가 변동과 소비자들의 주택 구매심리 변화 가능성 등 시장에 끼칠 파급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업계는 일단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아파트 단지라도 주변 분양가를 많이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진흥실장은 “지금도 많은 건설사들이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분양가 상한선보다 더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성공적인 판매를 위해선 주변 시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양가는 주택업체가 수요자 분석과 주변 시장 여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어서,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됐다고 무작정 분양가를 높이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서울 강남권과 도심지역 등의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는 기존 예상치보다 분양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으로서는 분양가를 최대한 높이면서 일반 분양에 성공할 경우 조합원들의 비용 분담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 분양을 앞둔 송파구 가락 시영아파트의 경우 최근 분양가 상한제 심의 등을 고려해 일반분양가를 3.3㎡당 평균 2515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을 낮추기 위해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가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재개발, 재건축 조합쪽에서 분양가를 높이겠다는 요구가 거세지겠지만, 건설사로선 시장 상황을 분석해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분양가로 조합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그동안 분양가 심의를 받는데 빼앗겼던 시간 등 기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은 오히려 분양가 인하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경기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자들의 구매력을 고려하지 않은 고분양가 아파트는 시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지금까지 수요자들은 분양값이 다소 높은 아파트라도 분양가 상한제라는 안전판을 믿고 선택했지만 내년부터는 청약하려는 아파트가 고분양가인지 여부를 더 면밀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다. 분양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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