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9·1 부동산시장 대책’ 이후 신규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아파트 분양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시장 활황기 때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이 닥치면 계약자 피해와 미분양 양산 등 후유증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대한주택보증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0월 전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전월보다 2만9000원,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만8000원 오른 848만8000원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한 달 만에 분양가격이 3.3㎡당 9만8000원, 분양면적 85㎡형(25평) 아파트 기준으로 245만원 정도 뛰었다. 특히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1975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4만7000원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의 분양면적 110㎡형(33평)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5억9770만원이었으나, 1년 만에 9.09%(5435만원) 오른 6억5205만원에 이른 것이다.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에선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인기 지역의 아파트 분양값이 일제히 뛰어오르고 있다. 이달 초 위례새도시에 공급된 ‘위례 중앙 푸르지오’ 분양가는 3.3㎡당 평균 1845만원으로, 1년 전 같은 송파권역에 공급된 ‘송파 와이즈 더샵’(3.3㎡당 1722만원)에 견줘 100만원 이상 올랐다. 이전까지 최고가였던 지난 9월의 ‘위례자이’보다도 50만원 높은 것으로 위례새도시 내 최고 분양가격이었다. 하지만 288가구에 1순위에서만 9171명의 청약자들이 몰려 31.8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경기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공급된 ‘미사강변 센트럴자이’는 3.3㎡당 분양가격이 평균 1321만원으로 올해 공급된 ‘미사강변 더샵 리버포레’(1298만원)와 ‘미사강변 푸르지오 2차’(1316만원)보다 비쌌다. 앞선 두 단지보다 입지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청약률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으나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1182가구에 1순위에서만 7696명이 몰리며 미사강변도시에서 가장 높은 6.5대 1의 평균 청약률을 기록했다.
건설사들은 최근 아파트 분양가격이 오르는 이유로 마감재 고급화 등 원가 상승을 내세운다. 시·군·구에 설치된 분양가심의의원회가 심의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사업자가 분양가격을 임의대로 올릴 수 없으며, 땅값과 건축비가 오른 것이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효율등급 등 주택 품질에 따른 가산비용을 어느 정도 인정받느냐에 따라 실제 건축비 차이가 커지고, 건축비와 따로 책정하는 시공 이윤도 분양가 심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통설이다. 공급자들이 분양시장 여건에 따라 예상 사업이익 규모를 조정해 분양가를 어느 정도 올리거나 낮추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이나 건설사들이 ‘9·1 부동산대책’ 이후 빚어지고 있는 주택 수요자들의 쏠림 현상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배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나친 분양가격 상승은 수요자와 건설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영종하늘도시 등에서는 높은 청약률로 분양을 마친 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기반시설 설치가 지연되면서 집값 하락과 손해배상 소송 등 몸살을 앓았던 전례가 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고 분양가격을 크게 올렸다간 집값 하락기에 미분양 급증, 계약관련 분쟁 등의 부메랑으로 건설업계와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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