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10·30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은 저소득 월세 가구와 전세난으로 어쩔 수 없이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이동하는 서민들에 대한 여러 금융지원책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처음 선보이는 월세 대출이다. 이 대출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취업준비생, 근로장려세제(EITC) 가입자에게 최대 720만원까지 2년치 월세를 빌려주는 것이다. 대출금은 연 2%의 금리로 매월 최대 30만원씩 지원되며, 수요자는 3년의 유예기간 뒤 한꺼번에 또는 3년에 걸쳐 갚아야 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전국의 우리은행 지점에서 신청을 받아 예산 한도(500억원)에서 대출해줄 계획이다. 모든 사람이 최대치(720만원)를 대출받으면 약 7000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로 빌려 저소득층에게 재임대하는 전세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엘에이치는 현재 일률적으로 보증금(대출금)의 연 2%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받고 있는데, 개선안은 대출금이 2000만원 이하일 때는 연 1.0%, 2000만~4000만원 이하일 때 1.5%, 4000만원 초과일 때 2.0%의 이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보증금이 적은 영세가구의 임대료 혜택이 더 커지는 효과가 생긴다.
현행 근로자서민 전세자금 대출과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대출은 가칭 ‘버팀목 대출’로 통합되며, 소득과 보증금이 적을수록 대출금리가 낮아진다. 특히 부부 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가구로서 부동산·자동차 같은 자산이 일정 기준 이하인 사람은 금리를 1%포인트 더 깎아주기로 했다.
수수료를 받는 대신 월세 세입자가 연체를 할 경우 대신 월세를 내주는 대한주택보증의 월세 납입 보증도 강화된다. 월세 납입 보증 범위가 9개월분 임차료에서 24개월분으로, 보증 가입 대상은 신용등급 1~6등급에서 1~9등급으로 확대되고, 보증료는 인하(신용등급 3등급 기준 0.6%→0.3%·사회취약계층은 보증료 30% 추가 할인)된다.
그밖에 월세 세입자의 내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해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이 부부 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일 때는 디딤돌 대출의 금리가 내년 1년간 한시적으로 0.4%포인트 낮아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저소득 월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대부분 대출 같은 금융지원에만 국한돼 있다는 게 근본적 한계라고 지적한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월세 가구에 대한 대출 지원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상자가 제한적이고, 상환 능력을 초과한 빚을 지게 될 위험이 있다. 대출보다는 주거복지 재정 확충을 통해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보조해주는 주거급여를 확대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주거급여는 소득, 주거형태, 주거비 부담 수준 등을 고려해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로, 올해 시범사업으로 97만가구가 가구당 평균 약 11만원을 받게 된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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