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28일 오후 각종 전월세물 시세판이 붙어 있다. 최근 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월세 매물만 넘쳐나는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전세난을 풀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들이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다. 현재 전체 주택의 5% 정도에 불과한 정부 보유 임대주택의 비율을 중장기적으로 10~20%까지 올림으로써 집값, 전셋값이 주택시장의 수요·공급의 변화에 따라 지나치게 오르내리는 것을 완화하고,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단기간에 가능한 것으로는 공공임대 중에서도 매입임대주택 확대 방안이 꼽힌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정부나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도심의 기존 주택(아파트, 다가구, 단독주택 등)을 매입해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면 주택 소유 욕구가 강하지 않은 젊은 중산층에는 상당히 매력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사업 규모는 6200채 정도인데, 아직까지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에 한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매입임대뿐 아니라 전세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공공임대의 종류와 폭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의 공공임대가 저소득층을 위한 소형(60㎡ 이하) 위주의 공급 정책이므로 전세 수요층에 맞는 중형(60~85㎡) 주택으로 공공임대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에서 공급한 ‘시프트’처럼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정책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의 개념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된 주택을 공공임대에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9월말 현재 전국에는 1만8342채의 준공 뒤 미분양 주택이 있는데, 이들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경우 미분양된 주택의 입지가 전세 수요자들에게 매력적일지가 불확실하고, 이를 매입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돈이 필요하다는 난점이 있다.
전세 수요자들이 월세로 전환할 때 지원해주는 정책도 필요한 것으로 거론된다. 현재는 이자율로 환산했을 때 월세 부담이 전세의 2~3배에 이를 정도로 커서 전세 수요자가 월세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세입자들의 월세 전환 부담을 줄여주려면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저소득층에 대해선 월세의 일부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존 전월세를 좀더 안정시키는 방안들도 거론된다. 전월세 인상률을 이자율이나 물가 상승률에 연동시키는 전월세 인상 상한제가 대표적이다. 전세나 월세의 기본 계약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안, 세입자에게 2년 계약을 한번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의 이율을 가리키는 전월세 전환율의 상한선(현재 10%)을 낮추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는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물가와 연동하면 큰 문제가 없다. 한국 사회에서는 금기시하지만, 필요하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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