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하남시 경계에 조성되는 공공택지인 위례새도시에 선보인 중대형 아파트 400여가구에 6만2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려드는 ‘청약 광풍’이 몰아치면서 분양권 불법 전매 등 투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청약 과열 현상이 도를 넘어선 위례새도시에 대해선 분양권 전매를 3년 이상 제한하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부동산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일 지에스(GS)건설이 내놓은 ‘위례자이’ 일반공급분 421가구(전용면적 101~134㎡)에 대한 1~2순위 청약에서 1순위에서만 6만2670명이 몰려 평균 1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위례새도시 역대 최고 경쟁률인 ‘위례 래미안’(지난해 6월) 청약경쟁률 27.5대 1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지난 2006년 수백대 1이 기록된 판교새도시 민간아파트 분양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위례새도시에 이처럼 많은 청약자가 몰린 것은 정부가 ‘9·1 부동산시장 대책’에서 앞으로 대규모 공공택지(새도시) 공급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위례만한 위치에 조성될 새도시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 수요자들이, 이번 기회에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쟁률이 치솟은 것이다.

또 청약자 가운데는 실수요자 외에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투기적 가수요자들도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주말 위례자이 본보기집 앞에선 이동식 중개업소인 일명 ‘떴다방’ 수십명이 진을 치고 분양권 전매 상담을 벌였다. 떴다방들이 분양권 웃돈 거래를 위해 명의만 빌려 청약한 수도권 1순위 청약통장도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6만명의 청약자 가운데는 실수요 외에 전매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대거 뒤섞여 있어 불법 전매가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례새도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위례래미안 101㎡의 웃돈이 최고 1억1000만원까지 오른 점에 비춰볼 때 위례자이 전용면적 101㎡는 7000만~8000만원, 134㎡는 1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공택지인 위례새도시 민간 아파트는 계약일로부터 1년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만일 불법 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양도세 추징도 받게된다. 그러나 1년 뒤에 명의를 이전하기로 한 각서를 쓰고 당사자들이 은밀하게 거래하는 행위를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민간 아파트 공급이 이어지는 위례새도시의 청약 과열을 진정시키고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선 법을 바꾸지 않고도 전매제한 기간을 주택 규모에 따라 3~5년(전용 85㎡이하 5년, 초과 3년)으로 늘릴 수 있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는 투기과열지구는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에서 공급된 주택의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하면 지정요건을 갖추게 된다. 지난 2002년 도입된 투기과열지구는 2011년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마지막으로 전부 해제된 상태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