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부동산 대책’ 한 달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87.9%
‘수혜지’ 목동신시가지 거래 줄고
서울 상계동 실수요자 매수 늘어
전문가 “상승기 아냐…전세난 여전”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 87.9%
‘수혜지’ 목동신시가지 거래 줄고
서울 상계동 실수요자 매수 늘어
전문가 “상승기 아냐…전세난 여전”
재건축 연한 단축·청약제도 개편 등을 뼈대로 한 정부의 ‘9·1 부동산시장 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이 지나면서 주택시장에 여러 변화가 생기고 있다. 시세차익 기대감이 높은 새 아파트 분양시장과 경매시장 등에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드는 현상이 뚜렷하다. 다만, 기존 주택시장은 여전히 매매보다는 전세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매도, 매수자간 ‘힘겨루기’ 양상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한 달간 집값은 매매와 전세가 동반상승했다. 30일 발표된 한국감정원 주택가격 조사를 보면, 9월 전국 집값은 전월 대비(8월11일 대비 9월 15일 기준) 매맷값이 0.24%, 전세가격은 0.31% 상승했다. 서울 매맷값은 0.25%, 수도권 매맷값은 0.31% 올랐다. 또 수도권 전셋값도 0.46% 올라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규제완화 정책 발표 효과로 저가매물이 소진되고, 재건축 연한 완화 수혜단지를 중심으로 매물회수 및 가격상승 움직임이 나타났다. 전세시장에선 낮은 금리에 따른 임대인의 월세선호, 재계약 증가 등으로 신규 매물 출시량이 지속적으로 부족한 반면, 계절적 성수기를 맞아 신혼부부 수요 등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재건축 연한 단축의 최대 수혜지로 지목됐던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와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거래시장은 다소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값은 한달 새 호가가 3000만~5000만원 올랐으나 매수자들이 갑자기 뛰어오른 가격에 부담을 느끼면서 최근 들어 거래가 뜸해졌다. 집값 수준이 낮은 상계동 아파트 단지는 가격이 500만~1000만원 정도 오른 상태에서 매매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맷값과 전셋값 차이가 좁혀진데다 지금 집을 사도 앞으로 재건축으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면서 실수요자들의 매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열기가 가장 높은 곳은 새 아파트 청약시장이다. 지난 주말 문을 연 경기 성남 위례새도시 ‘위례자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 푸르지오 써밋’,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 롯데캐슬’ 본보기집에는 각각 수만명의 청약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이는 정부의 새도시 지정 중단 방침과 청약제도 개편에 따라 내년 초부터 1순위 가입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률이 높아지기 전에 미리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당첨 뒤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도 상당수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 부동산 경매시장도 최근 투자수요가 더 늘었다. 이달 29일 현재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평균 87.9%로 2009년 9월(90.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에 활력이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든 것인지 판단하기는 이르며, 인위적인 부양에 따른 가격거품 우려도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돈다고 해도 집값이 과거와 같은 대세상승기로 접어든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매매보다 전세수요가 많아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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