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상임법 개정안 한계 지적
재건축으로 퇴거요청시 보호책 없어
보호 확대·권리금 신고제 등 요구
재건축으로 퇴거요청시 보호책 없어
보호 확대·권리금 신고제 등 요구
#사례1 김아무개씨는 2011년 7월 퇴직금과 은행 융자 등으로 권리금 1억6200만원 등 2억8000만원을 들여 서울 강남역 인근 이면 도로변 낡은 건물에 33㎡ 규모의 작은 커피숍을 차렸다. 상권이 활성화되자 건물주는 최근 재건축을 하겠다면서 상가를 비워달라고 김씨에게 통보했다. 이 건물의 상인 10명 중 9명이 입주 3년 미만이지만 건물주는 대화를 거부한 채 법원을 통해 명도 절차를 밟고 있다.
#사례2 정아무개씨는 2009년 8월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외진 골목에 권리금 1억6000만원을 투자해 닭갈비집을 개업했다. 정씨는 이후 수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장사에 매진해 유동 인구가 적었던 곳에서 손님들이 몰려오는 가게로 키워냈다. 이처럼 상권이 활성화되자 건물주는 임차기간 5년이 된 지난 8월 계약갱신을 거부하고 무조건 나가라고 통보했다.
정부가 최근 모든 상가임차인(세입자)에게 5년간의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상가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상가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계약보장 기간 5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재건축시에도 권리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이하 맘사모) 등 시민단체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상가임대차 피해사례 및 상가임대차보호법제 개선과제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회는 정부가 지난 24일 내놓은 ‘권리금 법제화’ 중심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안의 의미와 한계를 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 나온 상가 임차인 6인은 최근 자신들이 겪은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이날 임차인들이 밝힌 건물주의 횡포는 대부분 상임법의 허점에서 비롯됐다. 임차인들은 계약 기간 중이라도 재건축을 사유로 퇴거를 요청하면 임차인이 대항할 수 없는 법의 맹점을 건물주들이 집중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임대차 계약기간 5년이 지나면 건물주가 퇴거를 강요하거나 이를 빌미로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사례도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권리금 보호 제도만으로는 임차인 보호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임대차계약 보호기간 10년으로 연장, 보증금 최우선변제금 보호 범위 확대와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9%) 인하, 퇴거료 보상제, 권리금 신고(등록)제 병행 등 4대 개선과제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제안은 건물 재건축으로 임차인이 퇴거할 때 권리금과 영업손실 등을 보호하기 위한 퇴거료 보상제 도입이다. 정부안에서는 건물주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수 없도록 했으나, 건물을 재건축할 때는 별다른 규정이 없는 상태다. 이에 반해 퇴거료 보상제는 임차인이 법정 임대차기간을 다 사용하지 못하고 임대인의 재건축 요구로 퇴거하게 되는 경우 임차인이 인근 지역에서 같은 업종, 같은 규모의 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시설물 이전비용, 영업개시 지원금, 임대료 차액 등을 보상하는 제도다.
권리금 신고제 방안은 임차인들의 권리금 자진신고를 통해 기존 권리금 시장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적정한 권리금을 고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꼽혔다. 이밖에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최우선 변제를 적용하는 임차인의 보증금의 범위(현행 서울 환산보증금 6500만원 이하)를 넓히고 임대차 계약 보호기간을 현행 5년에서 최장 10년으로 늘리는 한편 현행 9%인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해 더 낮추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최종훈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