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주택 소유자도 주택 청약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 주택 공급의 공공성을 해치고, 세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할 우려가 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모습. 자료사진
국토부, 부동산시장 대책 발표…주택 거래 활성화 겨냥
청약 규제도 완화…공공성 해치고 세입자 부담 커질 듯
청약 규제도 완화…공공성 해치고 세입자 부담 커질 듯
앞으로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되는 등 재건축·재개발이 더 쉬워지고, 주택 소유자에게도 청약 기회를 개방한다. 또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의무적 공공관리자 제도를 선택적 공공관리자 제도로 바꾼다. 주택 건설·매매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취지인데, 주택 공급의 공공성을 해치고, 세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 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 안정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발표의 핵심적 내용은 현재 40년까지인 재건축 금지 연한을 앞으로는 30년으로 완화해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새로 재건축 대상에 포함되는 1987~1991년 준공된 서울의 아파트는 24만8천채이며, 이 가운데 강남·서초·송파구는 3만7천채로 14.9%에 이른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강남 3구의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것이고, 이것이 강남 아파트의 가격 상승과 전세난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재건축 연한에 이른 뒤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더라도 생활이 불편한 경우엔 재건축 안전 진단 때 현재 15%인 주거 환경 평가 비중을 40%까지 높여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주거 환경 평가에는 주차장 숫자, 배관, 층간 소음, 에너지 효율, 노약자 생활 개선 등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연한을 넘긴 아파트들은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물론 아파트의 구조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연한에 이르기 전에도 재건축을 할 수 있다.
서울시가 의무화해서 시행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공공 관리제도 완화돼 중앙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예상된다. 기존의 공공 관리자 제도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 시행 인가 이후에만 할 수 있도록 못박았으나, 정부는 이를 토지 등 소유자 과반수가 원하면 인가 이전에도 시공사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나,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시공사 사전 선정이 조합과 건설사의 유착과 부패를 낳아왔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주택 청약 제도는 2017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이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 민영 주택에 대한 가점제를 현재의 40% 범위 안에서 자율로 운영하도록 했다. 무주택자에게 최대 32점까지 가점을 주는 점을 고려해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주는 5~10점의 감점은 폐지하기로 했다. 또 주택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소형·저가 주택 기준을 전용 60㎡ 이하, 공시가 7천만원 이하에서 전용 60㎡는 그대로 두고 공시가는 수도권은 1억3천만원 이하, 지방은 8천만원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 또 무주택 세대주로 제한하고 있는 국민주택 청약 자격도 세대주 여부와 관계없이 1세대 1주택인 경우에도 청약 자격을 주기로 했다.
세종/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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