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70%로, DTI는 서울 60%로
아예 은행자율에 규제 맡기는 안도
“또 가계 빚 늘려 내수진작” 비판
아예 은행자율에 규제 맡기는 안도
“또 가계 빚 늘려 내수진작” 비판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금융정책 수단인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사실상 경기부양책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애초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규제완화가 추진되고 있는데다, 두 규제를 ‘간접 규제’로 전환해 대출기준을 은행 자율에 맡기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16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엘티브이·디티아이의 업권·지역별 차등을 조정하겠다” 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과 금융업권에 따라 다르게 책정돼온 엘티브이를 일괄적으로 70%로 늘려주고 디티아이도 서울지역을 60%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택을 구입하는 데 애로가 있는 실수요자를 지원하기 위해 대출규제를 합리화하겠다던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엘티브이는 50%에서 70%로, 디티아이도 50%에서 60%로 완화되는 큰 폭의 비율 조정이 이루어진다.
특히 연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인 디티아이 규제까지 푸는 것은 가계부채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85%에 이르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비중은 85.6%다.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디티아이가 50%라는 것은 연소득의 절반을 빚 갚는 데 쓴다는 것인데 현재도 절대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내수진작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는 가계부채 부담이 큰 영향도 있는데, 다시 빚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한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최 부총리 쪽은 엘티브이 규제를 완화해주면 금리가 더 높은 비은행 대출을 은행으로 옮겨올 수 있기 때문에 대출구조의 위험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담보대출이 은행권으로 일부 옮겨오더라도 비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대출 총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은 한술 더 떠 엘티브이와 디티아이 규제를 은행 자율에 맡기는 간접 규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그 대신 은행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대출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더 쌓게 하도록 하고, 위험도가 높은 대출이 많아지면 자본금 확충을 늘리도록 하는 등 간접 규제를 강화하면 되지 않겠냐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행보들은 정부가 경기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가계부채 관리에선 아예 손을 놓아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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