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출 규제완화 우려 목소리
투자용 아파트 매입에 걸림돌
주택협회 지난해부터 폐지 건의
LTV는 규제완화 요구 안해
전문가들 “하우스푸어만 양산”
투자용 아파트 매입에 걸림돌
주택협회 지난해부터 폐지 건의
LTV는 규제완화 요구 안해
전문가들 “하우스푸어만 양산”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담보인정비율(LTV·엘티브이)과 총부채상환비율(DTI·디티아이) 등 주택자금 대출 규제 완화 방침을 내비친 가운데, 특히 디티아이 규제 완화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디티아이가 대폭 완화될 경우 서민보다는 주로 자산보유계층에게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주택업계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특히 디티아이 완화 움직임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주택업계는 디티아이가 주택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라며 완화를 요구해왔다. 대형 주택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은행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 주택 수요자의 구매력을 높이고, 임대수요층의 주택구매 전환도 촉진해 전월세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박근혜 정부가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시장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한 지난해부터 수도권 디티아이 폐지(금융기관 자율로 전환)를 정부에 건의해왔다. 그러나 엘티브이에 대해선 따로 규제완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디티아이 완화는 주로 자산보유계층의 주택 구매력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엘티브이는 자산은 적지만 고정소득이 있는 30~40대 연령층에서 제약 요인이고, 디티아이는 자산은 있지만 고정소득이 없는 60대 이상 은퇴자 등 자산계층의 주택 구매를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30~40대 무주택 직장인이 서울에서 4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때 은행에서는 2억원(엘티브이 50%)까지만 빌릴 수 있고 부족한 자금은 제2, 제3금융권에서 조달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자산보유계층은 고정소득이 없거나 소득을 공개하기 꺼리기 때문에, 디티아이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대출을 받기 힘들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 투자용 주택을 매입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는 디티아이 규제를 완화할 경우 무주택 서민보다 자산보유계층의 주택 구매를 늘리는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방식이든 금융규제 완화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한다. 엘티브이·디티아이 완화는 모두 가계에 집을 살 수 있는 유동성을 늘려주는 것인데, 서민·중산층은 유동성이 늘어난다고 해서 집을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과)는 “투기 수요를 자극해 인위적인 주택가격 거품을 만드는 경우 이른바 ‘하우스푸어’를 더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과 반대로 가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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