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밀억제권역의 소형주택 의무 비율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규제개혁’ 차원에서 내놓은 방침이라고 설명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들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주택건설업 관계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민영주택 건설 때 소형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시장 자율성 확대를 위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택조합 등에 대한 주택규모별 공급비율에 관한 지침’은 과밀억제권역 내 민간택지에서 공급하는 300가구 이상 주택에 대해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을 20% 이상 짓도록 하는데 이 규정을 폐지한다는 뜻이다. 이 조항이 폐지되면 민간택지에 건설되는 주택은 평수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된다.
서 장관은 또 “(지역·직장) 주택조합 조합원의 자격 요건, 주택 규모 제한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은 주택 조합원 가입 자격을 기존의 전용면적 60㎡ 이하 1주택 보유자에서 그보다 넓은 규모의 1주택 보유자로 완화하고, 지을 주택 규모도 기존의 85㎡ 이하에서 그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 장관은 “휴양시설로 한정된 외국인 부동산 투자 이민 대상을 경제자유구역 등의 미분양 아파트에 한해 허용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장관의 발언 가운데 소형주택의 의무 비율 폐지에 대해서는 즉각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대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변창흠(세종대 교수)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과밀억제권역에는 300가구 이상 지을 수 있는 민간택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 규정 폐지는 주로 재건축 단지에 적용될 것”이라며 “현재는 전국에서 소형주택에 대한 수요가 커서 결국 이를 적용할 곳은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강남권에는 가락동 시영, 대치동 은마, 개포동 주공 등 재건축 단지가 줄을 서 있으며, 이들 지역은 넓은 평수와 높은 분양가의 아파트들이 여전히 인기가 높은 곳이다. 변 소장은 “강남권에도 소형주택을 많이 지어야 지역에 따른 계층 분리를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도 정부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불쏘시개로 해서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뜻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도태호 주택토지실장은 “결과적으로 강남권의 재건축 단지에 적용될 수 있겠지만, 본래 의도는 규제개혁이다. 이 규정 폐지는 부동산 시장 과열 때 만든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서 민간사업자들이 원하는 대로 주택을 짓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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