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매매수요 증가
“전월세 시장 안정화 대책 필요”
“전월세 시장 안정화 대책 필요”
직장인 김아무개(34)씨는 올해 5월 결혼을 앞두고 연초부터 서울시내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최근 이를 포기하고, 성북구 정릉동의 81㎡(전용면적 59㎡) 소형 아파트를 2억4000만원에 사기로 계약했다. 전세 물건 자체가 귀하고 집값 대비 전세금도 비싸 아예 집을 매입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때마침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로서 연 1.5%의 저리 대출(공유형 모기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결심을 굳히는 데 힘이 됐다”고 말했다.
23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전월세난이 지속되고 취득세 영구인하 등 정부의 규제 완화가 더해지면서 수년간 침체를 겪어왔던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에 지난해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에서 벗어나 주택을 매입하려는 실수요자가 늘어났고 집값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최근 들어 가팔라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맷값은 0.07% 올랐다. 재건축이 0.43% 올라 가격 상승을 이끈 가운데 일반아파트 역시 0.03% 가격이 뛰어 지난주(0.01%)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1·2기 새도시와 수도권 매맷값도 역시 각각 0.02% 올라 강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지난주 서울(0.15%)과 수도권(0.14%) 아파트 매맷값은 각각 올해 들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에 반해 전세난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전셋값은 0.18% 오르며 77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감정원 조사에선 지난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78주 연속 상승했다.
주택 거래량도 지난해 이맘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지난 1월 수도권 주택 거래량은 2만5648건(국토교통부 집계)으로 지난해 같은 달(8457건)의 세배 수준이고, 이달 들어서도 거래가 줄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달 들어서만 전월세 3건, 매매 1건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2월에 이처럼 거래가 활발한 것은 5~6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최근 매매거래 증가는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회복 기대감, 전세난에 따른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수도권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수요자들이 이른바 ‘깡통전세’(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셋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사례가 늘어났다. 집값의 60~70%대로 높아진 전세금 비중을 지렛대로 이용해 집을 사두려는 투자 수요도 꽤 많다”고 말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저금리 기조 속에 월세가 전세를 빠르게 잠식해가면서 전세 물건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며 “정부가 누차 강조했던 매매시장 활성화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만큼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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