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와 경기 하남, 성남시 경계에 위치한 택지지구로 개발이 한창인 위례새도시가 격랑에 휩싸인 수도권 주택시장의 ‘축소판’으로 떠올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신규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도 많아 주택시장 활성화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부동산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위례새도시는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명과 암’이 한 곳에 뒤섞여 있는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위례 안에서 아파트 전세난, 미분양 사태, 웃돈이 붙은 분양권 불법 거래 등 ‘냉온탕’ 기류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기 때문이다.
위례새도시에선 지난해 12월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휴먼시아 8·11단지가 첫 입주 중인데, 한 겨울인데도 전세난이 빚어지고 있다. 두 단지를 합쳐 2939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전셋집을 구하려는 신혼부부 등 수요자들은 많지만 전세로 나오는 매물은 턱없이 부족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단지는 보금자리주택이어서 최초 당첨자가 지방 근무 등 일정한 사정으로 입주를 못하는 경우에만 엘에이치의 동의를 받아 온전하게 전세를 놓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당첨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 전세는 가뭄에 콩나듯 매물이 귀하고 중개업소에 나오는대로 동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집주인과 세입자가 엘에이치 몰래 임대차 계약을 맺는 이른바 ‘불법 전대’ 움직임도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민간 건설사들이 짓는 중대형 아파트 시장은 한쪽에서는 분양권 불법 전매가 성행하고 한쪽에서는 미분양 사태로 찬바람이 부는 등 냉온탕 기류가 심하다. 지난해 11~12월 송파구 행정구역에서 공급된 ‘송파힐스테이트’, ‘송파아이파크2차’ 등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는 층과 향에 따라 2000만~3000만원의 웃돈이 붙은 채 1년 뒤 전매 제한이 풀리면 명의이전하는 조건으로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같은 위례지만 성남시 행정구역에서 지난해 12월 ㈜부영이 공급한 중대형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는 1380가구 중 절반 가까이가 미분양으로 남아 몸살을 앓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위례새도시의 극심한 온도차는 공공부문 소형 아파트와 민간 중대형이 몰려 있는 데다, 송파구와 성남시 및 하남시에 걸쳐 있는 입지적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신규 아파트 청약시장도 냉온탕을 오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위례새도시에선 현대엠코가 다음달 ‘엠코타운 센트로엘’(673가구) 을 내놓는 것을 신호탄으로 5개 건설사가 6개 단지 3000여가구를 연내 분양할 예정이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위례는 올해도 수도권 주택 수요자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이어서, 위례의 흥행 여부가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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