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올해 전국에서 체결된 전월세 계약 10건 가운데 4건이 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월세 거래 비중은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아파트의 경우 처음으로 월세 비중이 30%대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7월 전국 전월세 주택 거래량 83만6637건 가운데 월세 주택은 총 32만5830건으로 전체의 38.9%를 차지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국토부가 월세 거래량을 조사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월세 비중은 2011년에는 평균 33%였으나, 2012년 34%로 높아진 뒤 올해 들어 다시 4.9%포인트 추가 상승했다. 지난해까지 30~35% 수준을 유지하던 월세 비중은 올해 1월 처음으로 42.3%를 기록하며 40%를 돌파한 뒤, 3월 40.2%, 7월 39.6%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1~7월 월세 비중이 평균 30.4%로 2011년 25.4%에서 2012년 25.7%로 상승한 뒤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아파트는 통상 다가구·다세대 등이 포함한 일반 주택에 비해 월세 비중이 낮은 편이었으나, 올해 1월 32.6%로 처음 30%를 넘어선 뒤 지난달에는 33.3%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부의 전월세 거래량에는 계약 뒤 주민센터 등을 통해 확정일자를 받는 전세와 보증부 월세(반전세)만 포함되고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순수 월세는 제외된다. 이에 따라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월세 주택의 비중은 국토부 집계치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월세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는 것은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집주인들이 인상된 전셋값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유형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2008년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세보다는 월세를 통해 임대수입을 챙기겠다는 집주인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3~4년 간 도시형 생활주택 등 1~2인 가구를 위한 월세 형태의 소형주택 공급이 크게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만큼 월세 세입자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추세는 임대시장의 구조 변화에 따른 것으로 되돌리기가 불가능하다. 임차인이 선호하는 전세 물량은 최대한 늘리되, 월세 세입자의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수기임에도 전체 전월세 거래량은 2개월 연속 증가했다. 국토부가 집계한 7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총 10만7874건으로 지난해 같은달(10만2431건)보다 5.3% 늘어났다. 이는 지난 6월(10만5천189건)에 견줘선 2.6% 늘어난 것으로, 6월 이후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여름 휴가철 비수기인 7월에 전세 거래가 증가한 것은 최근 집값 하락세와 지난 6월 말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로 주택 매매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한달 새 전셋값이 뛰어오른 아파트도 많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 전용면적 84.96㎡의 경우 지난 6월 평균 2억9917만원에서 7월에는 3억5500만원으로 5500만원 가량 전셋값이 급등했다. 강남 대치 은마(76.79㎡)도 지난 6월 평균 3억1279만원에서 257만원이 오른 3억1536만원에 거래됐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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