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주부 이아무개씨(43)는 최근 전세금 3억8000만원으로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지나치게 높은 중개수수료 탓에 속앓이를 했다. 전셋집을 소개해준 공인중개사는 “법정 요율이 0.8%인데 0.7%로 깍아주겠다”고 제의했다. 과거 2억원대 전셋집을 계약할 때보다 중개 수수료율이 2배 이상 높았다. 이씨는 “너무 비싸다”며 실랑이를 벌인 끝에 0.6%인 228만원을 주고받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씨는 “전셋값이 많이 올라 3억원대라 해도 큰 평수가 아닌데 중개수수료가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몇년새 서울·수도권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어오르면서 전·월셋집에 세드는 임차인들 사이에서 전세금 3억원을 넘는 주택의 중개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현행 임대차 중개수수료의 요율은 전세금이 5000만원 미만일 때 0.5%, 5000만~1억원 미만 0.4%, 1억~3억원 미만 0.3%이다. 그러나 전세금 3억원 이상은 0.8%를 상한선으로 하면서 중개업자와 의뢰인이 합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전세금이 2억원인 때는 수수료가 60만원이지만, 전세금이 3억원을 넘으면 수수료가 최고 240만원까지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2000년 7월에 개정·시행된 현행 중개수수료율 중 ‘고가 주택’의 분류 기준이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과 맞지 않게 됐다고 지적한다. 당시에는 전세금 3억원 이상 주택(매매는 6억원 이상)을 고가주택으로 보고 특별히 높은 수수료를 적용했으나, 현재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전세금 3억원 이상 주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억7469만원이며, 한강 이남 11개구의 평균 전세가는 3억1764만원이다. 전세 수요가 많은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의 전세금이 대부분 3억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반면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서는 전세금 3억원 이상 주택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행 중개수수료율은 시·도 조례로 정하고 있는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서울시의 요율 체계를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금 3억원 이상 주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서울시만이라도 중개수수료를 매기는 기준 거래가액의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컨설팅부 연구위원은 “서울에서 전세금 3억원대 주택을 고가주택으로 볼 때는 이미 지났다. 최고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전·월세 거래가액을 4억~5억원대 이상으로 높이는 등 요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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