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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개발 디폴트, 결국 31개 투자사 소송전만 남았다”

등록 2013-04-09 22:03수정 2013-04-09 22:08

시행사, 정부에 조정요청
정부 “민간투자사 일일뿐”
조정 성사돼도 강제력 없어
*디폴트 : 채무불이행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는 9일 국토교통부 산하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스(PF)사업 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내려 했으나 이조차 거부당했다. 정부는 “신청 기한이 지났고 조정을 해도 권고적 효력밖에 없어, 용산 개발 사건에는 실익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결국 용산 사업을 둘러싼 30개 투자사 사이의 ‘동상이몽’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수순만 남아 있는 셈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에 이른 뒤, 드림허브의 1·2대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먼저 자금조달 방식이었다. 코레일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 일로에 있기 때문에, 출자사들의 증자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채무불이행 뒤 전면에 나선 코레일 입장에서는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롯데관광개발은 출자사들의 사정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실제 롯데관광개발은 지난달 18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개발 방식을 두고도 다툼을 벌였다. 코레일은 단계개발을, 롯데관광개발은 통합개발을 주장한 것이다. 코레일은 위험 분산을 위해 통합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고, 롯데관광개발은 서부이촌동 주민들에 대한 보상금 지급과 사업 동의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들의 힘겨루기는 계속됐고, 결국 코레일이 내놓은 ‘정상화 방안’ 부결로 이어졌다. 코레일 입장에는 “최악의 경우 부지를 회수하고 역세권 개발만 하면 된다”는 느긋함이 깔려 있었고, 롯데관광개발은 “용산 사업이 어그러지면 회사 전체가 휘청인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1·2대 주주가 각자 다른 셈법으로 움직이며, 사사건건 부닥쳤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2010년 용산 개발사업의 주관사 지위를 내놓은 삼성물산은 한발짝 떨어져 있는 입장이었다. 건설적 투자자로 주요 시공권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111층짜리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따놓은 상황이었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차량기지 부지에 대한 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에 코레일과 삼성물산은 랜드마크 시공권과 정화사업 비용, 전환사채 인수 등 구체적인 안건을 놓고 대립했다. 코레일·롯데관광개발·삼성물산 등이 출자한 드림허브 입장에서 정화사업 비용과 건축비는 줄여야 하는 ‘비용’이었는데, 출자사인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출자사 지위와 상관없는 정당한 ‘대가’였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우리는 랜드마크 시공권까지 내놓기로 하는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코레일이 건설적 투자자에 전환사채 인수까지 떠안기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은 소송으로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개발사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이들 세 주체는 각자 입장이 판이하게 달랐다. 이들 사이에 꼬인 실타래는 결국 소송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는 양상으로 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조원에 이르는 드림허브 자본금을 댄 나머지 28개 출자사 역시 백가쟁명식 해법을 제시해 왔다. 사업 결정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또 각 출자사의 주주들이 경영자의 배임 책임을 묻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출자사의 경영진들은 이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자신의 경영적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공학)는 “용산 개발은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아, 지금껏 개발사업에 투자된 비용보다 향후 소송전에 투입되는 비용이 더 많을 수도 있다”며 “이번 계기로라도 주먹구구 개발사업의 위험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최종훈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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