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오는 5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박아무개(35)씨. 박씨는 이사를 결심하고 인터넷을 통해 서울시내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전세 물건을 검색하고 있지만 좀처럼 마음에 드는 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역이 가깝거나 교통이 편리한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방 2~3개짜리 전세 물건이 귀하고, 어쩌다 매물로 나온 전셋집은 집값에 견줘 전셋값이 높아 계약하기에 부담스러운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물건은 대체로 집주인이 빌린 대출금 근저당이 설정돼 있고 전세가율마저 높아 자칫하면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금 여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전세 수요자라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를 계약하는 게 무난한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새 입주 아파트는 대출에 따른 근저당이 보통 1건 정도로 권리 관계가 깨끗할뿐더러 종전 세입자가 없어 집주인과 전세금을 흥정하기도 쉬운 것이 장점이다. 때마침 3~4월 서울·수도권에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도 적지 않아 선택의 폭도 넓은 편이다.

■ 3~4월 수도권 1만2000여가구 입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는 3~4월 수도권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13개 단지 1만2336가구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부동산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2010년 하반기에 분양됐던 단지들이다.

서울에서는 동대문구 전농동의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가 올봄 입주하는 최대 규모 단지로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전농·답십리뉴타운 가운데 전농 7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로 공급면적 49~154㎡ 2397가구로 이뤄진다. 서울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이 도보권에 위치해 있고 2호선 신답역, 5호선 답십리역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마포구 신공덕동에서는 재개발 단지인 ‘신공덕 아이파크’가 이달 말부터 입주할 예정이다. 81~142㎡ 195가구로 이뤄진 아담한 단지로, 서울지하철 5·6호선과 경의선, 인천공항선 환승역인 공덕역세권에 자리잡고 있다. 입주일이 가까워지면서 최근 전세 문의가 늘고 있으며 공급면적 109㎡의 경우 4억2000만~4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입주에 들어간 도곡동 ‘래미안 도곡 카운티’가 귀한 몸이다. 진달래 1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397가구 규모로, 분당선 한티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에 오랜만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이다 보니 109㎡ 전셋값이 7억~7억5000만원 정도로 높은데도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김포 한강새도시, 부천, 청라지구 등에서 새 아파트 입주가 예정돼 있다. 김포 한강새도시 ‘자연앤힐스테이트’는 1382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공급면적 109~113㎡로 이뤄졌다. 전세는 1억원 안팎으로 저렴한 매물이 나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부천 약대 아이파크’는 1613가구의 대단지로, 지하철1호선 부천시청역에서 강남까지 40분이면 닿는 교통여건이 장점이다. 청라지구에서는 대우건설이 지은 ‘청라 푸르지오’ 751가구가 이달 말부터 입주할 예정이다.

■ 전입신고·확정일자 등 챙겨야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입주개시일 한달여 전 입주 예정자들의 주택 사전점검일을 전후로 전세매물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따라서 점찍은 단지가 있다면 사전점검일 이전에 해당 단지 주변 중개업소를 찾아가거나 전화로 매물을 찾아달라고 의뢰해 놓는 게 좋다.

전세계약을 맺을 때는 집주인이 실제 소유자인지 살펴봐야 한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는 보통 건물 소유권 등기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파트 분양 계약서와 대조해 집주인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일 제3자가 집주인을 대신해 대리인으로 계약하려는 경우에는 집주인의 인감증명서를 첨부한 위임장이 있어야 한다.

입주하는 날에는 반드시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게 필수다.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쳐야 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의 대항력이 생기고,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주택 경매 때 후순위 물권에 앞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등기부상 근저당 설정일과 임차인의 전입신고일이 같은 경우에는 근저당이 순위상 앞서게 된다. 이는 전입신고일 다음날부터 대항력의 효력이 발생하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임차인 권리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전입신고일 당일부터 대항력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개정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입신고는 근저당과 달리 등기부상 공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현행 규정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에 따라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임차인으로서는 집주인이 받은 아파트 대출금이 1순위 근저당으로 설정된다고 보고 집주인에게 대출 내용을 직접 문의해 1순위 채권액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뒤 계약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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