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당시 당국자 “철저한 관리” 밝혔지만 안지켜져
정부가 지난 2008년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한 뒤 1년 만에 서울 재건축 주택의 매맷값이 15%나 뛴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는 2008년 11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한 뒤 서울 재건축 주택의 3만6962가구를 대상으로 매매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1년간 15% 급등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당시 발표 시점에서 서울의 3.3㎡당 매맷값은 2495만원이었으나 1년 뒤인 2009년에는 2710만원으로 15.35%가 상승했고, 그 뒤 값이 조금 내렸다.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 고금리, 대출규제 등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가 깊어질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를 모두 해제했다. 정부는 해제 지역에 대해서 주택시장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투기재연 가능성이 감지되면 즉시 재지정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허언에 그친 셈이다.
구별로 살펴보면, 범강남권인 강동구가 투기과열지구 해제 뒤 23%나 뛰었지만 강북지역은 소폭 하락세를 보여 강남·강북간 지역차가 나타났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 7일 마지막 남은 강남 3구마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는 ‘12·7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현재 시장 상황상 집값 급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대로 시장이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는 “시장에 의해 거품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시점에 정부가 인화성이 강한 강남에서 거품을 키우기 위한 위험한 도박을 벌인 것”이라며 “글로벌 위기와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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