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규제 영향 얼마나
투기지역의 주택담보대출을 1인당 1건으로 제한하고, 6억원 이상 아파트 주택담보비율(LTV)을 40%로 낮추는 규제방안이 끼칠 영향에 은행과 부동산시장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처가 투기세력 억제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빠져나갈 방법이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집값이 떨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은행 비상=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많은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박화재 우리은행 부부장은 1일 “시일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에 각 지점에 시행안을 설명하는 공문을 내려보내는 한편, 계약을 해놓고 아직 전산등록을 하지 않은 고객은 일요일까지 서둘러 전산처리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차차 새로운 영업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각 지점에도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오고 있다. 김창식 국민은행 개포동지점장은 “고객들로부터 ‘언제부터 적용되냐?’ ‘얼마까지 대출할 수 있느냐?’ ‘나는 대출이 가능하냐?’ 등 새로운 제도에 따른 변화를 묻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문의 빗발…“대출수요 줄것” 비상
부인 · 친인척 명의 빌릴 땐 빠져나갈 ‘틈’
신협 단위조합·새마을금고도 제한없어
중개업계 “빚으로 평수늘리기 어려워져”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겠다고 온 고객이 다른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겼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산망으로는 타은행 대출이 신용인지, 주택담보인지 확인이 안 된다”며 “고객들에게 모든 부채증명서를 떼어 오라고 해야 하는데, 항의가 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 수요 줄어들 것”
“빠져나갈 구멍 있다”=박화재 부부장은 “이번 조처는 실수요자 외에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수요 창출이 안 된다는 의미”라며 “투기지역 점포 영업에는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돈이 충분한 사람 외에는 투기지역에 집 사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부동산값 진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식 지점장도 “건수를 제한하고 금액을 낮췄기 때문에 수요 측면에서는 억제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저금리 상황에서는 총투자금액에서 담보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조처는 투기적 수요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인·자녀·친인척 등을 동원해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는 것은 이번 규제에서 빠졌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처로 투기수요가 위축되는 쪽으로 나갈지, 가족을 동원해서라도 추가대출을 받겠다는 쪽으로 나갈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시장 분위기가 후자로 흘러갈 경우에는 대출수요가 줄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장기적으로 국세청과 협의해 동일 세대에 대해서 대출취급 건수를 1건으로 제한하는 조처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의 단위조합과 신협 단위조합, 새마을금고 등이 금감원 감독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 규제 대상에서 빠진 점도 구멍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협은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1일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또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떨어질지는 미지수=담보대출 제한이 투기수요를 줄이는 효과는 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다고 집값을 하락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투기지역에서 주택구매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지금처럼 매물이 부족한 상황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다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 여건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일선 부동산 중개업계는 실수요 거래가 많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집을 늘려 가려는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라도 기존 주택의 담보대출금을 1년 안에 갚는 조건으로 투기지역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자는 “집을 늘려 가는 실수요자의 경우 새 집을 담보대출로 사고 나중에 종전 집을 파는 게 관행인데, 6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대출 인정비율이 40%로 낮아져 그렇게 하기 어렵게 됐다”며, “1주택자 처지에서는 살던 집을 먼저 파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최종훈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부인 · 친인척 명의 빌릴 땐 빠져나갈 ‘틈’
신협 단위조합·새마을금고도 제한없어
중개업계 “빚으로 평수늘리기 어려워져”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받겠다고 온 고객이 다른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겼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산망으로는 타은행 대출이 신용인지, 주택담보인지 확인이 안 된다”며 “고객들에게 모든 부채증명서를 떼어 오라고 해야 하는데, 항의가 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출 수요 줄어들 것”
“빠져나갈 구멍 있다”=박화재 부부장은 “이번 조처는 실수요자 외에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수요 창출이 안 된다는 의미”라며 “투기지역 점포 영업에는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돈이 충분한 사람 외에는 투기지역에 집 사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부동산값 진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식 지점장도 “건수를 제한하고 금액을 낮췄기 때문에 수요 측면에서는 억제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저금리 상황에서는 총투자금액에서 담보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투자수익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조처는 투기적 수요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인·자녀·친인척 등을 동원해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는 것은 이번 규제에서 빠졌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처로 투기수요가 위축되는 쪽으로 나갈지, 가족을 동원해서라도 추가대출을 받겠다는 쪽으로 나갈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시장 분위기가 후자로 흘러갈 경우에는 대출수요가 줄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장기적으로 국세청과 협의해 동일 세대에 대해서 대출취급 건수를 1건으로 제한하는 조처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협, 수협, 산림조합 등의 단위조합과 신협 단위조합, 새마을금고 등이 금감원 감독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번 규제 대상에서 빠진 점도 구멍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협은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1일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또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떨어질지는 미지수=담보대출 제한이 투기수요를 줄이는 효과는 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다고 집값을 하락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투기지역에서 주택구매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지금처럼 매물이 부족한 상황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다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는 여건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일선 부동산 중개업계는 실수요 거래가 많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집을 늘려 가려는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라도 기존 주택의 담보대출금을 1년 안에 갚는 조건으로 투기지역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자는 “집을 늘려 가는 실수요자의 경우 새 집을 담보대출로 사고 나중에 종전 집을 파는 게 관행인데, 6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대출 인정비율이 40%로 낮아져 그렇게 하기 어렵게 됐다”며, “1주택자 처지에서는 살던 집을 먼저 파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최종훈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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