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권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한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 업소 주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집값 하락세 확산, 주택거래량 급감 등 침체징후 나타나
전문가, 신규아파트 청약열기 “일부에 한정된 착시”지적
전문가, 신규아파트 청약열기 “일부에 한정된 착시”지적
‘최고 경쟁률 44 대 1로 전 가구 1순위 마감.’ ‘집값 하락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
최근 부동산 시장은 냉탕과 온탕으로 확연하게 나뉜다.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최고의 호황기를 맞은 듯하고, 기존 주택시장은 집값 내림세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한 시장에서 ‘두 갈래 길’이 오래갈 수는 없다. 올 4분기에는 분양시장 열기와 함께 집값이 다시 오를지, 기존 집값 하락세가 공고해지면서 분양시장까지 냉각시킬 것인지 결판이 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부동산 시장이 최소한 단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올해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이끌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은 9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수도권 아파트 매맷값 변동률 역시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9월 둘째 주 0.1%까지 올랐던 서울의 매매가격 주간변동률은 그 뒤 계속 떨어져 10월 넷째 주에는 -0.04%로 주저앉았다. 수도권 전체는 겨우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주택 거래량도 큰 폭으로 줄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가 지난달 11일부터 21일까지 843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10월 거래량을 조사해 보니, 주택거래량 지수가 62.09로 지난 5월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낮게 조사됐다. 주택거래량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거래량이 증가한 것이고 100 이하면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다.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 김광석 실장은 “거래량이 부동산 가격에 4개월 정도 선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내년 1분기까지 집값은 계속해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반 부동산 시장보다 앞서간다는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여름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던 경매법정에는 입찰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은 지난달 서울지역 부동산 경매 응찰자 수가 2139명으로 9월(3941명)에 견줘 44.35% 줄었다고 4일 밝혔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 역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지옥션 자료를 보면, 서울지역 경매 낙찰가율은 9월 90.7%로 최고를 기록했지만, 지난달에는 87% 수준에 그쳤다. 디지털태인 이정민 팀장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단기간에 경매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금융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매매시장이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 당분간 경매시장이 달아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지역 새 아파트 분양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1순위에서 전 가구가 마감되고, 건설사들은 잇달아 분양값을 올리고 있다. 3일 청약에 들어간 현대산업개발의 서울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는 3.3㎡당 평균 분양값은 2450만원, 대형은 3079만원이었다. 현대건설이 지난 10월 서울 광진구에 내놓은 ‘광장 힐스테이트’는 3.3㎡당 평균 2500만원이 넘는 분양값으로 공급됐다. 같은 달 삼성물산은 서울 동작구에 ‘래미안 트윈파크’를 3.3㎡당 2000만~2500만원에 내놓았다. 그런데도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이르는 등 건설사 처지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의 청약률 대박은 일종의 ‘착시’라고 지적한다. 청약 과열은 어디까지나 입지가 좋은 일부 아파트에 한정된 것일 뿐,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얼어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인천의 영종하늘도시 동시분양은 최근 청약통장이 없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4순위’에서 겨우 물량을 털어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현재 분양이 될 만한 곳을 골라 물량을 털어내고 있는 중”이라며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분양시장에만 시중 유동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의 고분양가와 이에 따른 주변 지역 집값 상승은 주택시장의 거품만 키우는 ‘덫’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센터 소장은 “신규 분양 아파트는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받지 않은 게 지금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반대로 집값 하락에 따른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집값에 거품이 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집을 구입한 가계에 충격파가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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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서울 지역 새 아파트 분양시장의 움직임을 보면,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1순위에서 전 가구가 마감되고, 건설사들은 잇달아 분양값을 올리고 있다. 3일 청약에 들어간 현대산업개발의 서울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는 3.3㎡당 평균 분양값은 2450만원, 대형은 3079만원이었다. 현대건설이 지난 10월 서울 광진구에 내놓은 ‘광장 힐스테이트’는 3.3㎡당 평균 2500만원이 넘는 분양값으로 공급됐다. 같은 달 삼성물산은 서울 동작구에 ‘래미안 트윈파크’를 3.3㎡당 2000만~2500만원에 내놓았다. 그런데도 청약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이르는 등 건설사 처지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의 청약률 대박은 일종의 ‘착시’라고 지적한다. 청약 과열은 어디까지나 입지가 좋은 일부 아파트에 한정된 것일 뿐,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얼어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인천의 영종하늘도시 동시분양은 최근 청약통장이 없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4순위’에서 겨우 물량을 털어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현재 분양이 될 만한 곳을 골라 물량을 털어내고 있는 중”이라며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분양시장에만 시중 유동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의 고분양가와 이에 따른 주변 지역 집값 상승은 주택시장의 거품만 키우는 ‘덫’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센터 소장은 “신규 분양 아파트는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받지 않은 게 지금은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반대로 집값 하락에 따른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집값에 거품이 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집을 구입한 가계에 충격파가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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