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규제 본격화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은행과 대출자들 사이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이번 조처가 제대로 시행되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일부 대출자들 반발=한 시중은행 신사동지점 대출담당자는 “고객들이 ‘이자 꼬박꼬박 내는데 어떻게 강제로 그럴 수 있냐’고 따지면 정말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상환된 게 처분조건부 대출 2건인데 1건은 정상적으로 상환됐고 1건은 감사 때 걸려서 우리 쪽에서 사정을 해서 겨우 상환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청담동지점 관계자는 “얼마 전 본점에서 전체 미이행 건수가 공문으로 내려왔는데 2천건이 넘더라”고 전했다. 다른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는 “일부 고객들은 ‘부동산에 내놓았으니 확인해 보라’며 매도 시점을 계속 늦추는 경우가 있다”며 “핑계를 대면서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까지 안팔고 버틸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며 “대부분 약속을 지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처분조건부 대출의 경우 대부분 고객이 약정에 따라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안팔고 대출금만 갚기도=처분조건부로 대출받은 사람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은 채 자기 자금으로 대출을 갚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은행이 주택처분을 강제할 수 없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고객은 기존 집은 놔두고 자기 돈으로 대출금을 갚아버렸다”며 “은행으로선 기존 주택을 팔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대출을 갚아버리면 은행과의 계약이 끝나는데 집을 팔라 말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해 10월엔 한국씨티은행의 질의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았을 때는 대출약관 위반 등 사유로 모든 대출을 회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1년 만에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영향줄까=이번 조처가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집행 초기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영향을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시장에서는 동시에 매물 1천개만 나와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아직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30~40%가 한꺼번에 매물을 내놓으면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올해 상반기에 대출받은 사람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시점인 내년 상반기에는 이 조처의 영향이 좀더 커질 전망이다. 석진환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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