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의 ㄱ씨는 모친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를 27억원에 직거래로 매수했다. 27억원 가운데 10억9천만원은 잔금일에 모친과 임대차 계약을 맺어 보증금으로 조달했다. 국토교통부는 모친이 ㄱ씨에게 임대보증금을 편법 증여했다고 보고 이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서울의 ㄴ씨는 직거래로 아버지 소유의 아파트를 8억8천만원에 샀다. ㄴ씨는 주식매각 대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으나 주식 배당소득 등의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ㄴ씨는 나이나 근로 소득에 비해 큰 예금액을 갖고 있어 불법 증여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진 아파트 거래에 대한 2차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이런 사례를 비롯해 모두 182건의 불법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 사이 진행된 아파트 직거래 가운데 특수관계인 간 거래, 시세 대비 이상 고가 내지 저가 거래 등 906건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토부는 906건 중 182건(20.1%)의 거래에서 모두 201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적발하고 국세청, 경찰청, 금융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했다.
위반 사례로는 거래금액 거짓 신고 등 거래신고법 위반(134건)이 가장 많았다. 특수관계인간 편법 증여 또는 차입금 거래도 47건이나 됐다. 대출금을 용도 이외에 사용해 금융위에 통보된 사례는 12건이었으며, 명의신탁 의심 8건은 경찰청에 통보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아파트 직거래에 대한 1차 기획조사를 벌였는데 그 후 아파트 직거래 비율이 큰 폭으로 줄었다. 서울의 경우 직거래 비율이 지난해 12월 22.8%에서 올해 8월 5.4%로 감소했다. 국토부는 오는 10월부터 올해 2월 이후 진행된 아파트 직거래를 대상으로 3차 기획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고·저가 직거래를 이용한 편법 증여나 특수관계자 간의 차입금 거래는 시장가격을 교란하는 행위”라면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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