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3일부터 아파트 등 전국 1486만채 공동주택의 2023년도 공시가격(안)이 공개 열람에 들어간 가운데, 최근 매매 거래가 전혀 없었던 아파트 단지는 공시가격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서울 아파트시장은 ‘거래 절벽’ 현상이라고 부를 만큼 유례없이 매매 거래량이 적었고, 일부 단지는 6개월 이상 실거래 사례가 한 건도 없는 단지도 속출했기 때문이다.

23일 이번 공시가격의 기초 자료인 적정 시세를 산정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1일 기준으로 산정된 올해 공동주택 시세는 지난해 4분기 중 거래가 이뤄진 매매사례가 기초 참고자료로 사용됐다. 이 때 특이하게 가격이 높거나 낮은 ‘이상 거래’ 사례는 제외하고 시장에서 통상적 거래가 이뤄진 가격대가 시세 판단의 근거가 됐다. 그렇다면 지난해 4분기에 매매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아파트는 어떻게 공시가격을 매길 수 있었을까?

23일부터 국토교통부 ‘공시가격 알리미’ 시스템에 공개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초고가 아파트 ‘아크로리버파크’의 올해 공시가격(안)을 보면,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97㎡의 올해 공시가격은 중간층 기준 24억7700만원으로, 지난해(26억6700만원)보다 7.12% 낮아졌다. 같은 주택형이지만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일부 동의 30층 이상 고층은 올해 공시가격이 27억1100만원으로 저층 세대(23억600만원)보다 4억원 이상 높았다. 그런데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5월 41억원(2층)에 거래된 이후 현재까지 10개월 동안 한 건의 매매거래도 신고된 적이 없어, 매매거래 사례를 통해 시세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부동산원은 이런 경우 인근 단지의 매매거래 사례를 비롯해 아크로리버파크의 매도 호가, 전셋값 변동치, 법원경매 감정가·낙찰가 등을 종합해 시세를 추정하게 된다. 이 아파트 전용 84.97㎡ 14층은 이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최저가 26억8800만원에 경매 입찰을 앞두고 있다가 절차가 중단되기도 했다.

부동산원 부동산공시처 관계자는 “올해는 유난히 매매거래 사례가 없는 단지가 많았지만 이 경우 매뉴얼에 따라 유사 단지의 거래가격, 준공연도에 따른 가격 보정, 최근 전월세 실거래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정 시세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주간·월간 단위로 전국 집값을 조사하고 통계를 작성하는 부동산원은 상당 기간 실거래가 없는 주택이어도 적정 시세를 파악할 수 있는 가격 산정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이렇게 산정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중간층 적정 시세는 32억8950만원이었고 여기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15억원 초과 75.3%, 2020년 기준)을 적용한 24억7700만원이 이번 공시가격으로 산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급매물이 활발하게 거래돼 실거래가격이 크게 떨어진 아파트 단지는 올해 공시가격 하락폭도 컸을까? 올해 서울의 25개 구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과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해 4분기 실거래가격 변동률(9월말 대비 12월말)을 비교해봤더니, 두 수치는 유의미한 비례 관계를 보였다. 올해 서울에서 공시가격 하락폭 1, 2위를 기록한 송파구(-23.20%)와 노원구(-23.11·%)는 지난해 4분기 실거래가격 변동률이 각각 -15.06%, -12.99%로 하락률 최상위권에 들었다. 반면 4분기 급매물 거래량이 적어 실거래가격 변동률이 -6.65%, -7.60%에 그친 용산구와 서초구는 이번 공시가격 변동률도 서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8.19%, -10.04%를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결과적으로 집주인들이 ‘급매’로 집을 팔지 않고 호가를 유지하며 버텼던 아파트 단지일수록 실거래가와 시세 하락을 최대한 막아내면서 올해 공시가격 하락폭도 낮게 나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