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민간과 경쟁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도심 재정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장은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구 감소와 경제 여건 변화 등으로 현재 진행 중인 3기 새 도시 이후 대규모 택지개발에 나서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이에 대비해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도심 재정비 복합사업 등에서 엘에이치의 역할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270만호 주택공급 계획 가운데 엘에이치는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공분양주택 50만호와 연말 청사진이 나올 예정인 공공임대 등 5년간 약 100만호 수준의 공급을 맡게 될 예정이다. 이들 물량은 대부분 수도권 3기 새도시과 공공택지 등에서 나올 예정이지만 그 이후에는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등 도심 재정비 사업이 주거환경 개선 효과와 함께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이 사장의 예측인 셈이다.

이 사장은 3기 새도시의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건설·매각이 가능한 가처분 면적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사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렇게 되면 결국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며 “3기 새도시의 가처분 면적이 45% 정도인데, 이를 더 늘려 원가를 낮추고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엘에이치 구조개혁과 관련해선 ‘변화’와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엘에이치 역시 여타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칸막이가 심하고, 자기 조직만을 위한 생활에 익숙했던 것 같다”며 “칸막이를 걷어내고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공공주택에 대해 평형이 너무 좁다거나, 입지가 떨어지는 등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엘에이치가 대한민국에서 주택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집단인데, 그 브랜드를 기피하는 일이 없도록 고품질 전환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엘에이치 제 6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 사장은 1951년 전북 정읍 출생으로,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경기도시공사(GH) 사장(2008~2011년)을 지낸 교통·도시개발 전문가다. 경기도시공사 사장 때 광교새도시 등 개발을 주도하면서 당시에는 국내에서 생소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정부에 적극 제안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선 부동산·광역교통 등 공약 설계에 참여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