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택가 사이 도로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살고 있던 전셋집이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어느 날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나의 전세 보증금은 어떻게 될까. 전입신고도 했고 확정일자도 받아두었으니 전세보증금은 건질까 싶지만, 현행 국세기본법상 매각 배당 순위에서 세금이 보증금보다 우선 변제 대상이다.
최근에는 이런 국세기본법을 악용해 세금 체납자가 일부러 주택을 사서 전세를 놓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챙기고 자신의 체납 세금을 떠넘기는 신종 전세사기 사례도 전해진다. 이런 일을 방지하고 보증금을 일부만 돌려받게 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28일 3가지 국세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집주인의 미납세금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지금까지는 전세 계약 전에 임대인이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미납조세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한해 미납조세 열람 신청건수가 100건가량에 그쳤다. 정부는 앞으로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임차인이 미납조세 열람이 가능하도록 국제징수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집주인 미납조세 열람이 가능한 기간은 임대차 계약일부터다. 임대차계약서를 지참해 국세의 경우 전국 어느 세무서에서나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고, 세무서장 등은 열람 사실을 임대인에게 통보하게 된다.”
—처음 전세 계약을 할 때 집주인에게 체납세금이 없다는 것을 꼼꼼히 확인하더라도, 임차계약 기간 중 바뀐 집주인에게 체납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 이 경우에도 조세 체납액이 보증금보다 우선하나?
“현행 국세기본법 등에 임대인이 바뀌었을 때 국세와 임차 보증금의 변제 순서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제3자에 저당 부동산 양도시, 종전 소유자에게 저당권에 우선하는 조세체납이 없다면 양수인(제3자)의 조세체납액이 저당권에 우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르고 있다. 즉, 이전 집주인은 체납액이 없었는데 새 집주인은 체납액이 있다면, 전세보증금이 먼저라는 뜻이다. 정부는 이런 대법원 판례 내용을 국세기본법에 명확히 반영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은 뒤에 집주인에게 고지서가 발송된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도 임차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되나?
“그렇다. 일반적인 국세 우선변제원칙(국세기본법)에서는 세금 법정기일(세금 신고일 또는 고지서 발송일)과 임차권 등 권리설정일(대항력이 생기는 확정일자) 가운데 빠른 것부터 변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집과 같은 재산에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등 당해세는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빠르건 늦건 우선 변제 대상이다. 다만 이런 방식이 세입자로선 자신의 보증금으로 집주인 종부세를 내주게 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세기본법을 개정해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늦은 당해세가 있는 경우, 그 금액만큼의 보증금 일부가 우선 변제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하기로 했다. 가령 법정기일이 확정일자보다 늦는 당해세가 2억원이 체납돼 있고, 3억원의 저당권이 걸려 있으며, 보증금이 3억원이라고 할 경우, 현행 제도에선 당해세 2억원→저당권 3억원→보증금 3억원 순서로 경매 매각 대금이 배분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증금 2억원(당해세 체납액과 동일한 규모로 우선 변제)→저당권 3억원→남은 보증금 1억원→당해세 2억원 순서로 변제된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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