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단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년 3개월 만에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인상, 재계약 증가 등으로 전세를 찾는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케이비(KB)국민은행의 ‘7월 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이달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6억7788만원으로 지난달(6억7792만원)보다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의 월평균 전셋값이 떨어진 것은 2019년 4월(4억6210만원) 이후 39개월 만에 처음이다.
강북 14개 구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5억6066만원에서 이달 5억6059만원으로 하락했고, 강남 11개 구는 7억8820만원에서 7억8809만원으로 떨어졌다. 수도권의 전셋값도 이달 평균 4억6846만원으로 2019년 6월(3억1408만원) 이후 3년1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최근 전셋값 하락은 금리 인상,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등의 영향으로 재계약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부터 ‘상생임대인’ 제도가 확대되면서 집주인들이 계약갱신을 희망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분위기다. 상생임대인 제도는 전월세 신규·갱신 계약을 하면서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면 집주인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2년 거주)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됐던 이 제도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에서 혜택을 늘리고 집주인 요건(9억원 초과주택, 다주택자도 가능)도 완화해 다음달 2일부터 시행된다.
최근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월세 이자율보다 전세대출 금리가 더 높은 역전현상으로 인해 전세 대신 월세를 낀 반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도 전셋값 하락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3.20%로, 지난해 6월(3.22%)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했을 때 적용하는 연 환산이율을 말한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시장에 전세 물건은 넘치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물건은 25일 기준 총 4만9819건으로 한달 전(4만4625건)에 비해 11.6% 증가했다.
애초 부동산 시장에서는 2020년 7월 말 임대차2법 도입 이후 계약갱신권을 소진한 신규 전세 매물이 8월부터 쏟아지면서 전셋값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금리인상에 따른 월세 선호 현상, 재계약 증가 등 영향으로 ‘전세난’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상생임대인 제도의 효과가 기대되고 다음달 서울과 경기도의 입주 물량도 증가하는 등 가을 이사철 전세시장의 큰 불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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