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새 정부 업무보고와 관련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주도로 추진돼왔던 ‘도심 복합사업’을 건설사나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 민간 사업자도 추진할 길이 열린다. 도심복합사업에 나서는 사업자에는 용적률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해주고 세제 혜택도 주어질 예정이다. 충분한 개발이익 환수 장치와 원주민 주거 안정 대책이 함께 제시되지 않으면 난개발·특혜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정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공급혁신을 통해 250만호 플러스 알파(+α)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도심 복합사업의 새 모델을 도입해 민간의 도심 주택공급 속도와 효율성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언급한 ‘새 모델’은 기존의 도심 복합사업의 주체를 공공에 한정하지 않고 민간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지주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조합 설립을 하지 않고, 리츠나 신탁 등을 통해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내 ‘도심복합개발특례법’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공공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확장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전문성과 공신력이 있는 민간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에 문제의식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민간도 참여하는 도심 복합사업은 지난해 발표된 ‘2·4 대책’의 “공공 주도 도심 복합사업”의 방향을 비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당시 국토부는 땅주인이나 민간기업, 지자체 등이 저개발된 도심 우수입지를 발굴해 제안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나 서울주택공사(SH) 등이 토지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 4∼5년 안에 신속하게 개발을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으로 약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도심에서 개발이 덜 이뤄진 지역은 크고 작은 건물이 뒤섞여 있고, 토지·건물 소유주와 세입자들 간 이해나 처지가 워낙 다양해 일반적인 정비사업이 순조롭지 않은 만큼, 정부와 공공기관이 원주민의 개발 이익과 주거·영업 안정을 최대한 고려해 개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었다.
‘민간 주도’ 주택공급으로 무게추를 옮긴 국토부는 이날 “공공에 주던 용적률 등 도시건축 특례,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을 민간 사업자에도 부여하겠다”고도 밝혔다. 개발 이익을 공공임대주택 공급, 지역사회 생활 사회기반시설(SOC) 확충 등 공익을 위해서만 쓰는 대신 주어졌던 각종 특례를 민간 사업자에도 주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구체적인 특례 내용과 수준은 8월 둘째주 발표될 250만호 공급 대책에서 제시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는 공공기관에 주던 특례에 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 대책에서는 역세권의 경우 도심 복합사업의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올리는 내용도 담긴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민간 사업자에 가령 용적률 700%라는 굉장한 혜택을 주고는, 그에 걸맞는 개발이익 환수를 하고 개발비 부담 능력이 없는 원주민들의 주거 안정도 보장해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며 “공공기관과 달리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민간을 끌어들이려다 보면 그만큼 환수 규모는 작아지고 세입자와 영세상인의 이주·생계 지원도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개발이익 환수와 관련해서는 “공공주택(역세권 첫집), 기반시설, 공용주차장 등 생활 에스오시, 기부채납 등을 통해 적정한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고만 밝히고 구체적 내용은 250만호 공급 대책 발표 때로 미뤘다.
주택 가격이 고점을 지나 우하향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 새로운 국면에서, 민간 주도 도심 복합사업의 성공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공공 주도 도심복합사업은 인허가, 개발비용, 주택경기변동 등 모든 리스크를 공공이 책임지는 게 특징이지만, 민간의 경우 자칫 사업을 추진하던 중 수익성이 낮아지면 사업이 지연되고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주택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금리 등 거시경제 여건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어 토지주들부터 개발 제안에 소극적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며 “민간 주도 도심복합사업을 추진해 이미 계획된 주택 공급 규모에 더해 얼마나 많은 주택을 추가 공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국토부는 주택 공급 관련 교통·재해·환경 영향평가 등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통합심의’를 확대해 통상 3∼4년 걸리는 인허가를 2∼3년으로 1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 대출’ 차주의 금리인상 부담을 덜어주고자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기존의 변동금리를 낮은 수준의 고정 금리로 대환하고, 관리비 공개 대상 공동주택 단지를 현재 300가구 이상에서 50가구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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