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선이 끝나자마자 당선자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 기대감에 호가가 1억원 가량 올랐고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공인중개사)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완화, 보유세 인하 등에 대한 기대감이 퍼지며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 아파트값이 일제히 하락세를 멈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놓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초과이익환수제 개선, 용적률 상향 등 재건축 규제 완화와 보유세 인하 등의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과 수도권의 평균 아파트값 하락세는 이번주에도 지속됐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대선 이후 첫 조사인 이번주(14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에 이어 0.02% 하락했다. 그러나 강남권과 목동 등지의 아파트 시장 분위기는 대선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지난주 0.01% 하락했던 강남구와 송파구의 아파트값은 이번주 조사에서 보합 전환했다. 강남구와 송파구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멈춘 것은 각각 5주, 6주 만이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대선을 전후로 호가가 1억원 이상 올라 현재 31억원까지 뛰었다.

목동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가 밀집한 양천구 아파트값도 하락세가 멈추며 보합 전환했다.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아파트 전용 66㎡는 최근까지 호가가 20억원선에 눌려 있다가 대선 이후 21억원으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인 재건축 규제완화, 보유세·거래세 인하 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강남권과 목동 등의 아파트값이 꿈틀대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윤 당선자는 30년 이상 된 아파트의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초과이익 환수제를 손보는 등 대대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는 낮추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를 인하하는 등 부동산 감세에 나서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에 따라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들 공약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강남권 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들이 반응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다만 거래가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대선 이후 규제완화 기대감 있는 재건축이나 한강변 인기단지는 매물이 소폭 감소하고 호가도 일부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러나 실제 매수세로는 이어지지 않아 전체적으로 보면 거래 부진에 따른 하락세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북권에서는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종로구와 성북구는 이번주 각각 각주 0.04% 떨어졌으며, 은평구(-0.03%), 노원구(-0.01%)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경기도와 인천의 아파트값도 대체로 하락세를 유지했다. 경기도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0.04% 하락했고, 인천은 0.04% 떨어져 지난주(-0.02%)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다만 윤 당선자가 재정비 특별법을 제정해 재건축의 숨통을 트이게 하겠다고 공약한 수도권 1기 새도시에선 기대감이 슬금슬금 번지는 분위기다.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값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1% 하락했으나 평촌새도시가 있는 안양 동안구는 -0.03%로 지난주(-0.12%)보다 하락폭이 축소됐다. 일산새도시가 있는 고양시는 최근 이어진 하락세를 멈추고 이번주 보합(0.00%) 전환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