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만2천여 건축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내 건축계의 ‘맏형’ 단체인 대한건축사협회가 창립 57년째인 올해 들어 경사를 맞았다.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건축사는 반드시 협회에 가입하도록 하는 건축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3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새 건축사법은 이달 3일 공포된데 이어 오는 8월 시행에 들어간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도 개선이 건축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전문자격사로서 위상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건축사회관에서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을 만나 이번 제도 개선의 의미, 건축물 안전 강화를 위한 건축사의 역할, 협회의 활동 계획 등을 들어봤다.
— 건축사협회 의무 가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이번 의무가입 법제화의 취지는 ‘건축사 윤리 확립 및 건축물의 품질 향상’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건축이 가지는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고 국민에게 보다 품질 높은 건축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건축사들이 지혜와 역량을 모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죠.”
— 건축사법 개정 이후 협회의 후속 조처와 협회 정책 방향은?
“먼저 전국 17개 시도건축사회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격대여 근절 등 대대적인 자정운동에 나서겠습니다. 정관과 윤리규정을 개정하고 입회비·월회비도 인하할 계획입니다. 건축단체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윤리선언서를 제정하고 대국민 선포식도 진행할 겁니다. 그간 뿌리깊었던 여러 건축단체간의 불신과 갈등을 해소하고 각 단체가 지닌 장점을 살려주면서도 모두가 하나가 되는 건축계 대화합 시대를 열어나갈 계획입니다.”
—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로 건축물 안전 이슈가 불거졌다. 건축사들이 보는 사고 원인, 안전 강화를 위한 제언이 있다면?
“정확한 원인은 정부 조사로 밝혀지겠지만, 건축 과정에 필수적인 ‘안전비용’을 경시하는 잘못된 관행이 사고의 배경이라고 봅니다. 저희들은 우선 설계자의 건설공사 참여 확대를 제안합니다. 공공발주 건축물, 허가권자가 감리자를 따로 지정하는 건축물은 설계자가 감리자와 협업해 건축물 품질과 안전에 대해 이중으로 검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현장에서는 건축물의 부실 설계·시공 방지를 위해 공사감리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사감리자의 공사중지 권한을 강화하고 중지 명령에 대한 면책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시공사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으로 인해 문제가 있어도 감리자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 건축문화 발전을 위한 올해 협회의 활동 계획은?
“건축물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그런 만큼 건축사는 우리 건축문화 유산을 후대에 물려줄 공인으로서 사회적 책임감과 문화적 사명감을 갖는 게 중요하죠. 협회는 올해 건축문화 발전을 위한 행사로 3년에 한 번 개최하는 ‘2022 대한민국건축사대회’를 비롯해 31회를 맞이하는 한국건축문화대상, 14회를 맞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사진 대한건축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