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 횡단보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앞으로 보행량이 많은 주택가·상가 도로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돼 차량 속도가 시속 20㎞로 제한된다. 또한 차량 운전자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너려고 할 때도 일단 멈춰야 한다. 이를 어기면 범칙금이나 벌점이 부과된다.
국토교통부는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과 함께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22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수립해 시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대책은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국민생명지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교통안전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우선 보행량이 많아 차량과 보행자가 빈번하게 섞이고 교통사고 우려가 높은 주택가 골목길 등 생활밀착형 도로에 대해 오는 7월부터 ‘보행자 우선도로’(지자체 지정) 개념을 도입하고 제한속도를 시속 20㎞ 이하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도·지방도의 농어촌 지역 등에 대해서는 연내 ‘마을주민 보호구간’을 제도화한다. 이를 통해 시속 70~80㎞로 운영 중인 제한속도를 50~60㎞로 조정해 고령자 등의 보행 안전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7월부터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너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건너려고 할 때도 운전자가 반드시 일단 멈춰야 한다. 또 내년 1월부터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도 일시 정지 의무가 새롭게 도입된다.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에서는 4월부터 보행자가 도로 전체 구간을 통행할 수 있도록 통행우선권을 부여한다. 이에 따라 운전자는 보행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서행하거나 보행자와 부딪힐 것으로 우려되는 좁은 구간에서는 일단멈춰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이와 같이 강화된 일시 정지 의무를 어길 경우 5만원 내외의 범칙금이나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보행자 사고 예방을 위한 단속체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음주운전·신호위반·속도위반 등에 대한 경찰의 단속을 연중 실시로 확대하고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공익제보단을 확대 운영해 민관합동 단속도 강화한다. 속도위반·신호위반 등 보행자를 위협하는 고위험 운전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누진제를 도입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시 면허 재취득 제한 기간은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2배 늘린다. 이를 위해 연내 법 개정에 착수한다.
보험제도도 개편된다. 9월부터 음주운전·무면허·뺑소니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사가 운전자에게 보험금 전액을 구상 청구할 수 있으며, 횡단보도에서 일시 정지 의무를 위반하면 보험료가 최대 10%까지 할증된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면허제도 중장기적으로 도입한다. 시간대(야간)와 장소(고속도로 등)에 따라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하거나 안전운전 보조장치 장착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하는 등의 내용이 검토된다.
배달 이륜차와 사업용 차량에 대한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현재 자유업으로 운영 중인 배달 이륜차의 경우 올해 안전관리 등 서비스 품질이 우수한 업체를 대상으로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향후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배달 이륜차에 대한 비싼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배달업 공제조합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밖에 버스와 택시는 운전 중 동영상 시청을 제한하고, 음주 이력이 있는 운전자의 렌터카 이용을 금지하는 근거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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