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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흔들리는 증시 속에서, 안정적 배당 수익이 느껴진거야

등록 2022-02-22 04:59수정 2022-02-22 08:57

18개 상장리츠 ‘시가총액 7.4조원’
‘부동산 투자 수익으로 현금배당’
상장리츠, 배당률 연 5~7% 달하고
고정금리·기초자산 임대료 영향
주가 등락폭도 크지 않아
급성장 기업들, 보유 부동산 잇단 유동화
롯데·SK 이어 신세계 등 진출 타진
정부도 공모 활성화 등 규제 개선
‘매달 배당’ 도입 움직임도

지난해 말 상장 리츠에 처음 투자한 정아무개(50)씨는 다음달 이 회사의 주주총회 이후 첫 현금 배당을 받는다. 최근 확정된 이번 분기 배당금은 주당 70원이다. 시가배당률(배당 기준시점 주가 대비 배당액)은 1.13%인데, 앞으로 분기별 3회의 배당을 더 받게 되면 연간 기준 배당 수익률은 5%대로 예상된다. 배당 수익률이 저축은행 특판예금 금리와 맞먹는 셈이다. 더욱이 김씨가 지난해 12월 중순 주당 5930원에 샀던 이 리츠의 주가는 최근 두달간 코스피 하락장에서도 이달 17일 현재 종가가 6200원으로 4.55%나 올랐다.

최근 금리 상승과 수급 불균형, 우크라이나 사태 등 각종 대내외 악재로 증시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이는 상장 리츠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츠(REITs)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부동산투자회사다. 특히 상장 리츠는 주가 등락폭이 크지 않은 반면 연 5~7%의 높은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달 결산을 통해 배당이 이뤄질 예정인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의 배당률은 5.14%에 이른다. 오는 3월 결산이 돌아오는 미래에셋글로벌리츠(2.54%), SK리츠(5.45%), 디앤디플랫폼리츠(6.00%), 신한알파리츠(4.09%) 등도 비교적 높은 배당률을 기록 중이다. 반기별로 배당을 지급하는 신한서부티엔디리츠(5.36%), 엔에이치(NH)올원리츠(6.06%), 제이알글로벌리츠(7.09%), 이지스레지던스리츠(4.82%) 등도 4~7%에 이르는 배당률을 자랑한다.

리츠의 배당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상당수가 금리 등락 영향이 작은 고정금리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있는 데다, 리츠의 기초 자산인 주택과 오피스·상업시설의 임대료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토교통부가 사업계획을 통해 안정성·수익성·공익성 등을 검증한 뒤 영업인가를 내주는 등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말 기준 리츠 총자산 75조원, 상장리츠 18개

국내 리츠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츠는 총 315개며 총자산은 75조원을 웃돈다. 투자 유형별 시장점유율은 주택 52.7%, 오피스 25.7%, 리테일 10.2%, 물류 5.1%이다. 지난해에만 5개 리츠가 상장하면서 상장 리츠는 총 18개로 늘었다. 지난해말 기준 상장 리츠의 시가총액은 7조4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급증했다.

상장 리츠 중 시총 1위는 롯데리츠(1조3218억원)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백화점·마트·물류센터 등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했으며 시가 기준 연 배당률은 5.11%다. 지난해 상장돼 국내에서 첫 분기 배당을 실시한 에스케이(SK)리츠도 주목받는다. 서울 중구 에스케이서린빌딩과 함께 에스케이에너지의 116개 주유소를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결산에 따라 올해 4월 주당 70원의 배당이 예정돼 있으며, 연 5%대의 예상 배당률로 인해 최근 주가는 공모가(5천원)보다 높은 6100~62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공모청약에선 19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리츠 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도 신규 리츠 상장이 예정돼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하나금융투자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코람코더원리츠를 3월 내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SK리츠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분기 배당 상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부동산·리츠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이 10년 만에 최저치인 5.4%로 떨어져 올해부터 본격적인 임대료 상승이 예상된다”며 “오피스 투자자산 비중이 높은 대형 리츠의 주가와 배당 전망이 양호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대형 부동산을 그대로 보유하기보다 활용가치를 높이고 유동화를 통해 미래사업의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들의 리츠시장 진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10조원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리츠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위해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현대자동차그룹, 엘지(LG), 지에스(GS)그룹 등도 보유 부동산을 리츠로 운용해 현금화를 추진 중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자산관리회사 인가를 받고 한화그룹이 소유한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주요 부동산 자산으로는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장교동 본사 사옥, 태평로 한화금융플라자 등이 꼽힌다.

규제 개선으로 리츠 시장 비약적 성장 기대감

정부도 공모 상장 리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난달 16일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가 함께 마련한 ‘공모 상장 활성화를 위한 리츠제도 개선방안’은 리츠 공모와 상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각종 규제를 개선해 시장 확대를 유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국내에 리츠가 도입된지 올해로 11년째를 맞았으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장 리츠 시가총액 비중은 0.3%로 일본(3.1%), 미국(6.9%) 등 선진시장에 턱없이 못미치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리츠 활성화 방안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앞으로 연금저축계좌에서 상장 리츠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시중 연금저축의 경우 보통 연금저축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금융기관이 가입자들에게 장기간 납입금을 받아 그 운용 수익을 연금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연금저축펀드에서 상장리츠 투자가 허용되면 연금저축 가입자들이 향후 연금 수령 때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정부는 연내 연금저축에서 상장 리츠 투자가 가능하도록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을 명확하게 할 방침이다.

부동산 형태의 사회기반시설일 경우 리츠의 투자가 가능해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리츠가 앞으로 빠르게 확충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수소차 충전소 시설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2020년 9월 도입된 ‘뉴딜인프라 리츠’가 이에 해당한다. 뉴딜인프라 리츠는 디지털·그린뉴딜 등 뉴딜인프라에 투자하는 리츠지만 투자 대상 등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아직 상품이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관련 규정이 정비되면 유망한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뉴딜인프라 리츠도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연기금 등 공적기금이 상장 리츠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앵커 리츠’도 보다 더 활성화된다. 정부는 앵커 리츠의 경우 결산 시점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배당 때 법인세 감면 등 배당규정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앵커 리츠의 투자 리스크가 전반적으로 낮아져 리츠를 처음 접하는 일반 투자자 처지에서는 보다 더 안정적으로 리츠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공모 리츠 청약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현재 운영 중인 ‘리츠정보시스템’을 개선해, 공모 리츠에 대한 청약 정보 안내와 온라인 청약을 확대해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업계에선 일반인들이 리츠 투자를 통해 배당소득을 연금처럼 받게 되면 리츠 대중화가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연간·반기·분기 배당이 가능하지만 매달 배당 방식까지 도입되면 주택과 상가 등을 보유해 월세수입을 얻고 있는 직접 부동산 투자자의 상당수를 리츠 투자로 돌릴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조준현 한국리츠협회 회원정책본부장은 “에스케이리츠 등 대형 리츠들이 매달 배당제 도입에 적극적”이라며 “부동산투자회사법과 상법 등 개정을 통한 결산 관련 규제 완화로 소비자 편익이 큰 매월 배당제가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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