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이 1년8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 조사’를 보면, 이번주 서울 동남권(강남4구)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주보다 0.01% 하락했다. 강남4구 아파트값이 내린 것은 지난 2020년 6월 첫째주(-0.03%)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대출 규제, 금리 인상 조처와 대선을 앞둔 관망세로 서울 아파트 전체 매맷값 하락률이 최근 3주 연속 0.01%를 보인 가운데 강남4구도 버티지 못하고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구별로는 지난주 보합을 유지했던 송파구의 아파트값이 0.02% 하락하며 강남3구 중에서 가장 먼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부동산원은 “송파구 인기 단지에서 하락 거래가 신고되면서 시세가 하락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보합을 기록했으나 강동구가 지난주에 이어 0.02% 하락했다.
강북에서는 성북구(-0.05%)와 은평구(-0.04%), 마포구(-0.02%) 등이 하락세가 두드러진 반면 지난주 각각 0.02%, 0.01% 떨어졌던 도봉구와 성동구는 이번주에 하락을 멈췄다. 최근 입주 물량이 늘어난 성북구는 서울에서 낙폭이 가장 컸다.
경기도와 인천 아파트값은 각각 0.02% 떨어졌으나 지난주보다 낙폭은 소폭 둔화됐다. 안양 아파트값은 0.02% 하락했으나 지난주(-0.07%)보다는 하락폭이 축소됐고, 군포와 광명, 남양주시는 지난주 하락에서 이번주 보합 전환됐다.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보합세를 나타냈다. 지방 아파트값이 지난주 0.02%에서 이번주 0.01%로 오름폭이 축소된 가운데 전남(-0.01%) 아파트값이 이번주 하락 전환됐다.
매매와 함께 전셋값도 동반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이 2주 연속 보합인 가운데 서울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2% 떨어졌고 인천은 0.07% 내려 지난주(-0.04%)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설 연휴 영향으로 전세 거래 역시 감소한 가운데 대출금리 인상, 갱신계약 증가 등으로 전세 신규 수요가 줄고 전세물건도 적체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서울 강남4구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인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직전 강남4구 아파트값 하락기였던 2020년 1월 마지막 주부터 6월 첫째주까지 강남4구 매맷값은 1.88% 떨어져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값(0.31% 하락)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 다만, 당시 강남4구 아파트값 하락기는 불과 다섯달에 그쳤고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등이 포함된 2020년 ‘7·10 대책’이 나왔는데도 최근까지 꾸준히 소폭의 상승 또는 보합세를 유지해왔다. 다주택자는 ‘버티기’에 들어간 경우가 많았고 1가구1주택자 과세 우대 조처에 따라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도는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2020년 당시와는 달리 올해는 강남4구 아파트값 낙폭이 좀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금리 하락기였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금리 상승기에 진입했고 금융권 대출 규제는 한층 강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강남4구의 경우 집값이 내리기는 어렵지만 일단 하락세로 돌아서면 낙폭은 비강남권보다 컸던 적이 많다”면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유예 등 대선 정책 변수로 인해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당분간은 약보합이나 소폭 하락하는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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