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부동산), 중개인 (판매업), 거래, 신혼부부 (부부), 아파트, 뒷모습, 실루엣.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수도권 공공택지 6곳에 들어서는 ‘누구나집’ 시범사업에 참여할 사업자들이 공모를 거쳐 선정돼 관심을 끈다. 임대주택이지만 사실상 내 집처럼 분양을 예약하는 새로운 유형의 주택이 선보일 전망이다.
누구나집은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한 10년 임대주택 유형이다. 임대료가 시세의 85~95%로 저렴하고 무엇보다 입주 후 10년 뒤의 분양전환가격을 미리 확정해놓는다는 게 다른 주택유형과 차별화된 점이다. 전체 물량의 20% 이상은 특별공급 물량으로 배정해 무주택인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120% 이내의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에게 공급하고 물량의 80% 이하는 일반 무주택자에게 공급한다. 목돈이 부족한 수요자를 위해 임대 보증금을 집값의 10%까지 낮추고 대신 월세를 높인 유형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누구나집은 전세금이 부족하거나 청약가점이 낮아 신규 주택 분양시장에서 소외된 수요자에게 괜찮은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다만, 입주 시점부터 10년 뒤인 분양전환 시점 때까지 집값이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올라야만 경제적 이익이 커지고 반대로 집값이 하락할 경우에는 사업자과 임차인 모두에게 부담이 발생하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 의왕초평 84㎡ 분양가 8억5천만원 어떻게 나왔나?
이번 6곳의 공모 사업지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하는 곳은 4곳이다. 경기 화성능동1A블록(899가구)은 계룡건설 컨소시엄, 의왕초평A2블록(951가구)은 제일건설 컨소시엄, 인천검단AA26블록(1366가구)은 우미건설 컨소시엄, 인천검단AA31블록(766가구)은 극동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또 인천도시공사(IH)가 진행하는 인천검단AA27블록(1629가구)은 금성백조주택 컨소시엄, 인천검단AA30블록(464가구)은 제일건설 컨소시엄이 각각 맡았다.
엘에이치 등은 사업자들이 공모 신청 때 10년 뒤 분양전환가격을 제시하도록 했다. 10년 뒤 분양가격은 공모 시점의 감정가격에 착공 시점부터 연평균 주택가격 상승률 1.5%를 적용한 값을 상한으로 해 사업자들이 상한 이내에서 제시하도록 했다. 여기서 주택가격 상승률 연 1.5%를 적용한 것은 이 경우 사업자의 내부수익률(IRR)이 5% 정도 가능하다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다만, 연평균 1.5% 적용값은 확정 분양가의 상한으로,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들 대부분은 상한보다 낮은 확정 분양가를 제시했다.
이번 공모 사업지 가운데 가장 땅값이 비싼 의왕초평A2블록의 사례를 보면, 엘에이치는 이곳을 공모하면서 전용면적 84㎡ 주택의 현재 감정가격을 8억4천만원, 미래 확정 분양가격 상한은 9억5600만원으로 예시했는데 사업자는 확정 분양가를 상한보다 1억600만원 낮은 8억5천만원(공급면적 3.3㎡당 2396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사업자가 확정 분양가를 이렇게 받아도 수익이 난다고 예상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계산이 나온 것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 급등에 따라 감정가격도 높아지면서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의 합계인 주택의 건설원가와 감정가격 차이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현재의 높은 전월세 및 매매시세로 인해 공공택지 개발이익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사업자가 제시한 의왕초평 전용 84㎡ 확정 분양가격은 인근 아파트(휴먼시아)의 최근 실거래가격(8억5천만원)과 같은 수준이다.
이와 달리 인천검단AA31블록 전용 84㎡는 엘에이치가 밝힌 분양가격 상한액 6억1300만원에서 한 푼도 낮추지 않고 그대로 확정 분양가로 제시한 사업자가 선정됐다. 이는 교통과 편의시설 등 주거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검단새도시의 경우 감정가격이 높지 않은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사업자로서는 검단새도시 누구나집의 임대료 수입이 많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따라 확정 분양가격을 상한선 이하로 낮출 여지가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 집값이 확정분양가 이상 올라야 누구나집은 성공적
그렇다면 누구나집은 무주택자들에게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부동산 업계에선 의왕초평 전용 84㎡ 누구나집 임차인이 10년간 거주한 뒤 8억5천만원의 확정 분양가로 주택을 취득할 때 상당한 수익을 얻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현재 의왕초평 전용 84㎡ 시세는 8억5천만원으로 연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1.5%라고 가정하면 사업 착수(착공)부터 약 13년이 경과한 뒤 시세는 9억6천만원 정도에 이른다. 이 경우 임차인 분양전환가격은 시세보다 1억1천만원 정도 저렴하지만, 임차인 처지에서는 다른 집을 사지 못한 채 기다려온 10년간의 기회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시세차익은 소폭에 불과하다. 이와 달리 집값이 연평균 1.5%보다 더 오른다고 가정하면 분양전환 시 임차인의 경제적 이익 규모는 집값 상승률에 비례해 커진다.
다만, 임대기간 10년 뒤 주택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누구나집은 공적자금인 주택도시기금을 비롯해 건설사, 재무적 투자자 등이 임대주택리츠를 만들어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집값이 하락하면 이들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만일 의왕초평 누구나집의 임대기간이 끝나는 오는 2035년 전용 84㎡ 시세가 7억원 수준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임차인은 분양전환(분양가 8억5천만원)을 거부하고 사업자는 미분양 위험을 떠안게 된다. 주택도시기금은 사업협약에 따라 최소 수익률(3%)을 보장받지만 재무적 투자자와 건설사 등은 투자비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또 임차인은 10년간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했기 때문에 명목적인 손실은 크지 않지만 장기간 다른 집을 사지 못하고 분양을 기다려온 데 따른 기회비용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전문가들은 누구나집은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과 달리 임대기간(최소 10년)이 끝난 뒤 확정 분양전환가격을 미리 정해놓는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에 안전장치를 제공한 측면은 있다고 본다. 현재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의 입주자도 시세의 95% 이하로 10년간 거주할 수 있지만 임대기간이 끝난 뒤에는 사업자가 임차인에게 우선분양할지, 아니면 시장에 매각할지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공공지원민간임대는 사업자가 임차인에게 분양전환하기로 결정한다고 해도 분양가격의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양측이 갈등할 소지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반해 누구나집은 미리 정해놓은 확정 분양가격에 따라 사업자와 임차인이 분쟁에 휘말릴 여지는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집값 등락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놓은 분양가격으로 임차인에게 매각하도록 설계한 누구나집은 수요자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나름 의미가 있다”며 “공공재인 공공택지의 개발이익을 민간사업자와 임차인이 공유한다면 성공적이지만, 주택 개발사업인만큼 집값 하락에 따른 투자실패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변수”라고 짚었다.
시범 사업지 6곳은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계획승인, 실시설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공사비 검증 및 기금투자 심의, 국토부의 부동산투자회사(리츠) 설립인가 등 절차를 거쳐 2023년 상반기 착공될 예정이다. 입주자 모집은 착공 후 2년이 경과한 오는 2025년 상반기 진행되고 입주는 계약 후 6개월 뒤인 하반기에 이뤄진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