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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동산

강남 똘똘한 한채…주담대 막혔는데 어떻게 샀을까

등록 2021-11-04 04:59수정 2021-11-04 10:11

서울 초고가 아파트 4곳 자금조달계획서 분석

압구정 현대 예금 조달 평균 8.5억원
부동산처분대금 비중과 맞먹는 수준
57.5억 주식·채권대금으로 100% 조달

반포 자이·도곡 렉슬 갭투자 많아
임대보증금 비중 각각 43.8%·46%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 연합뉴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매물 정보. 연합뉴스
2019년 12·16 대책으로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이 금지됐으나 지난해에도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데 무슨 돈으로 이런 초고가 아파트를 샀을까.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산 ‘현금부자’들의 자금 출처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 초고가 아파트 단지인 압구정 현대, 반포 자이, 도곡 렉슬, 대치 은마 등 4곳의 주택 자금조달계획서(자조서)를 분석했다. 9억원 초과 주택 자조서를 낼 때 증빙자료 제출이 의무화된 지난해 3월13일 이후 자조서를 대상으로 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매수가 가장 활발했던 압구정 현대(232건, 평균 매수금액 31억2천만원)는 예금 비중이 27.4%(8억5천만원)로 부동산처분대금 비중 27.3%(8억5천만원)과 맞먹을 정도였다. 15건(6.5%)은 예금으로만 100% 자금을 조달한 사례였는데 50대 개인 매수자가 예금 100%로 55억원의 매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반포 자이(92건, 31억5천만원) 역시 예금 비중이 20.1%(6억4천만원)로 부동산처분대금 18.5%(5억8천만원)보다 많았다. 반포 자이에선 한 법인이 예금으로만 44억9천만원에 매입한 게 최고가 거래였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50억~60억원대 거래가 쏟아진 압구정 현대의 경우 예금과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을 축적한 고액 자산가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 현대에선 주식처분대금이 8.8%(2억7천만원)로 증여·상속 5.5%(1억7천만원) 보다 많았다. 한 40대 개인 매수자는 57억5천만원의 매수 금액을 주식처분대금만으로 조달하기도 했다. 반포 자이 3.1%(9900만원), 도곡 렉슬 4.7%(1억2천만원), 대치 은마 3.4%(6800만원) 등은 압구정 현대에 견줘서는 주식처분대금의 비중이 작았다.

반포 자이(43.8%, 13억8천만원)와 도곡 렉슬(46.0%, 12억2천만원)은 자금 내역 가운데 임대보증금 비중이 가장 높았다. 대출 규제를 우회한 갭투자 수요가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똘똘한 한채’로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재건축을 코앞에 둔 노후 아파트라 전세가격이 높지 않은 압구정 현대(21.6%, 6억7천만원)와 대치 은마(12.5%, 2억5천만원)는 임대보증금 비중이 크지 않았다. 대치 은마는 매수자금에서 부동산처분대금이 차지하는 비중(38.9%, 7억8천만원)이 가장 높았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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