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의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향후 10년간 수선유지비로만 1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재건축 등 재정비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엘에이치로부터 받은 ‘건설임대주택 노후화 현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엘에이치가 보유한 건설임대주택 86만5849호 중 20%인 16만3993호가 준공한 지 2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30년 이상된 임대주택은 1만1906가구로 집계됐다. 주택 유형별로는 영구임대 13만9965호가 25년 이상 경과했으며 50년 임대주택으로 20년 이상 경과한 주택이 2만4028호에 이르렀다.
이처럼 임대주택 노후화가 진행되는데 따라 엘에이치는 최근 5년간 수선유지비, 노후시설개선 사업비로 약 3조332억원을 투입했으며, 지난해의 경우 임대주택 수선비로 8226억원, 노후시설개선 사업비로 740억원이 쓰였다. 최근 5년간 수선유지비 등의 증가율은 연간 19.6~37.7%에 이른다.
엘에이치 임대주택 수선유지비가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한 것은 준공 후 15년이 경과하면 주택의 주거성능은 급격히 떨어지는 반면 임차인들을 비롯한 사회적 요구 성능은 높아지는데 따른 것이다. 또 최초 입주 단지가 준공된 지 올해로 20년을 맞은 국민임대주택은 내년부터 15년 경과 세대가 매년 3만~4만호씩 급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엘에이치의 연간 수선유지비 증가율을 10%로만 잡아도 향후 10년간 수선·추가공사비로 14조4205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신의원의 분석이다.
엘에이치는 정부 대책에 따라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임대주택을 해체·멸실한 뒤 신규 공공주택을 개발하는 재정비 사업을 검토 중이지만 실제 사업 추진은 더딘 실정이다. 재정비 대상 검토 단지 15곳 중 시범사업지로 2곳(서울중계1, 서울가양7)이 선정됐으나 착공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신동근 의원은 “노후 임대주택 수선유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면서 “입주자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주대책을 마련해 속히 재정비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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