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교새도시에서 분양을 앞둔 한 아파트가 입주자 모집공고 때 소비자들에게 중도금 집단대출이 안 된다는 이례적인 공지를 해 수요자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시장에선 혹시 이번 조처가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나서면서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도 영향권에 들어온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아파트 시행사 쪽은 가구 수가 적어 집대출을 알선하지 않기로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5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경기 광교새도시에서 오는 13일부터 청약을 받는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퍼스트’의 시행사 무공화신탁은 최근 입주자모집 공고를 하면서 211가구 분양 물량 전체에 대해 중도금 대출 ‘불가’ 방침을 안내했다. 시행사 쪽은 “중도금대출 알선은 사업주체와 시공사의 의무사항이 아니다”며 “중도금(60%)은 수분양자가 자력으로 직접 납부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이 아파트는 전체 211가구 중 104가구인 전용 84㎡의 분양가격이 9억8540만원로 책정돼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온다. 그러나 나머지 60㎡(55가구), 69㎡(52가구)는 분양가격이 7억1180만원~8억2380만원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물량이었다. 지난 2017년(8·2대책)부터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은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며, 9억원 이하 주택은 투기과열지인지, 조정대상지역인지 여부에 따라 분양가의 40~50%까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다. 광교새도시는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40% 적용을 받는다.
시행사가 이처럼 처음부터 집단대출 알선을 안 하겠다고 공지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분양가격 9억원 미만이면 당연히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청약 대기 수요자들은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업체 쪽은 이번 아파트 단지가 금융권으로부터 중도금 집단대출을 거절당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9억원 넘는 가구가 104가구이고 이 이하가 107가구로 규모가 작다보니 시행사가 중도금 집단대출을 안 하기로 한 것”이라며 “은행권 대출 총량관리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시행사의 주장이 사실이어도 일종의 ‘베짱 분양’으로 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격이 최근 급등한 시세보다 낮은 까닭에 중도금 대출 여부와 관계없이 판매가 잘 될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수요자의 자금조달 편의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이 아파트의 1회차 중도금 납부시기인 올해 12월 전까지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알선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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