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에 의한 전세난을 논증한 자료를 찾으면 1000만원을 드립니다.”
최근의 전세난은 ‘실거주’와 관련된 정책 실패 등에 의한 것으로 임대차3법과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임대차3법 구하기’에 현상금 1000만원을 건 이가 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위한 단체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에 연대한 활동가에서 공인중개사로 변신했다가 서민 경제 관련 연구를 하는 생활경제연구소의 구본기 소장(37)이다.
지난달 28일 만난 구 소장은 임대차3법으로 인해 전세가 소멸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시장에서 전세가 공급되는 메커니즘은 크게 두 가지예요. 내가 나중에 살거나 자식한테 물려주려는 목적 아니면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기죠. 결국 미래의 집을 미리 찜하려는 수요가 전세를 공급하는데, 집값이 상승할거라는 기대가 있는 한 전세는 소멸할 수가 없어요.” 임대차법 시행 이후 나타난 전세난은 전세주택을 구하러 다니는 신규 임차인이 느끼는 ‘상대적’, ‘체감적’ 전세난으로 시장 전체적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절대적 전세난과 구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 소장이 이렇게 확신하는 배경에는 2016년~2020년 구로구에서 실제 공인중개사사무소(쑉부동산)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현장에 있으면서 전세 갭투기하는 걸 진짜 많이 봤어요. 저금리 때문에 임대인들이 전세를 안 주고 월세로 바꿔서 전세가 소멸한다고 하지만,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전세 공급은 전세보증금에다 자기 돈 조금 보태서 하는 갭투기가 대다수인데, 갭투기로 집을 산 사람이 무슨 수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전환합니까.” 그는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전세 공급이 되지 않는 게 부동산 시장의 실체라며 집값도 잡고, 전셋값도 잡으라는 시장의 요구는 “‘따뜻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는 모순이라고 일갈했다.
구 소장은 전세난과 임대차3법을 결부시켜 법안 폐지를 거론하는 움직임에 대해 임차인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에 역행하는 일종의 ‘백래시’(반발성 공격)라고 비판했다. “은마아파트처럼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는 재건축 실거주 요건을 맞추려고 들어간 거고, 양도세 공제 요건에 거주 요건이 들어가면서 이걸 맞추려는 임대인들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문제는 임대차3법이 갱신거절 요건으로 허용한 ‘실거주’를 없애면 되는 일이지 임대차3법 자체를 없앨 일은 아니예요. 임대차3법 때문이 아니라 임대차3법이 너무 약해서 고통받는 건데, 이런 부분을 쏙 빼고 임대차3법을 폐지하자고 하는 건 부동산 기득권의 ‘백래시’라고 봅니다.”
당초 100만원이었던 현상금은 한 유튜브 채널 실시간 방송에 출연해 해당 내용을 소개하다 진행자가 900만원을 쾌척한 것을 계기로 1000만원으로 몸집을 키웠다. 인과관계 입증에 성공하는 사람이 없을 경우 그는 1000만원을 서민 경제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별도 행사 기획에 쓸 계획이다. “부동산 할 때 사무실 뒤쪽은 빌라촌이었고, 앞쪽은 아파트 단지였거든요. 아빠 엄마 손잡고 오면 아파트보러 가고, 신혼부부 둘이 오면 빌라를 보러 가요. 서민들한테는 임대차3법이 꼭 필요한 법이예요. 임대차3법에 대한 비과학적인 공격에 제대로 대응해야 차기 정부가 주거 세입자 보호 강화에 나설 수 있을 거예요.”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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