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스 1호 직영점 서울대입구점의 모습. 집토스 제공
“부동산 중개혁명, 집 내놓을 때 중개수수료 0원.”, “상한 요율 기준으로 최대 60%까지 할인.”
최근 부동산 중개업계에 등장한 신생업체들의 마케팅 포인트는 저렴한 중개보수다. 부동산 중개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팽배한 시장을 중개보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난 20일 확정된 중개보수 개편안을 ‘반값 복비’로 보도한 기사에 “그래도 비싸다”, “더 내려야 한다”는 싸늘한 댓글이 줄 이은 이유가 여기 있다. 개업 공인중개사들이 주도하던 ‘1층 부동산’ 시대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고, 반값 복비 정도로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에 역부족인 모양새다.
집토스는 ‘임차인 무료 중개서비스’를 내세워 청년층의 원·투룸 임대차 거래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온 프롭테크 (property+technology, 부동산 관련 기술기업) 스타트업이다. 2017년 205억원이었던 총 거래금액(GTV)이 올해 5월까지 누적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폭풍 성장’하고 있다. 228명 임직원 평균연령 31살, 엠제트(MZ) 세대의 부동산 중개는 무엇이 다를까.
집토스 임차인 무료 중개서비스의 시작은 이재윤 대표(30)가 모교인 서울대에서 친구들의 원룸 중개를 할 때부터 시작됐다. 입대 후 일병 때 공인중개사 시험 1차를 통과하고 전역 뒤 2차까지 합격해 2015년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한 직후의 일이었다. “창업을 생각하는 친구들하고 우리가 겪었던 불편함에 관해 이야기 하다가 자취방을 구해본 경험을 나누게 됐어요. 일단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니면서 매물부터 찾고, 친구들 보라고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중개는 처음이고 서비스 품질이 낮은데 친구들한테 돈을 어떻게 받지? 그런 생각이었죠.”
임차인 무료 중개서비스는 2017년 집토스 1호 직영점 서울대입구점을 오픈하고 서울과 수원을 중심으로 19호점을 낼 때까지 이어졌다. 청년 임차인들 사이에서 ‘원룸 구할 땐 집토스’라는 입소문이 났다. 누리집과 모바일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상담 예약을 하면 담당 공인중개사(매니저)가 배정되는 예약 시스템, 임대주택에 대한 거주 후기를 남길 수 있는 리뷰 시스템 등 엠제트(MZ) 세대에게 맞는 서비스도 호응을 얻었다. ‘바퀴벌레가 나온다’, ‘임대인이 짠돌이다’ 등의 생생한 거주 후기는 현재 1만7000여개가 축적되어 있다. 집토스는 2019년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우수 부동산서비스사업자 인증을 받았다. 이재윤 대표는 지난해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30살 이하 아시아글로벌 리더로 선정됐다. 올해 4월 자체 중개요율표를 도입해 4년 만에 유료화를 시도한 것에 대해 이재윤 대표는 “기업형 부동산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유료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었다”며 “우리가 돈을 받아도 되는 서비스를 하나?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임규형 집토스 사업전략팀장(37)은 원·투룸 중심의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메이저 프롭테크 기업인 다방에서 지난해 집토스로 이직했다. “처음에는 공인중개사를 직고용하고 교육하고 육성한다는 걸 보면서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20년까지 살아남더라고요. 순도 높은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힘이라고 봐요.” 집토스는 대표가 공인중개사이고 임직원 220여명 중 150여명이 공인중개사다. 기존 개업 공인중개사가 일종의 프리랜서라면 집토스에선 기본급과 4대 보험, 연차 등의 복지를 보장받는 정규직 직장인이다. 아이티(IT) 개발자가 주류인 직방이나 다방 등 프롭테크 기업과는 유형이 다르다. 임 팀장은 “우리도 테크는 있는데 그게 메인은 아니다”라며 “우리 메인은 중개서비스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20대 후반에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해 강북구 쪽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던 홍지표 중개본부장(36)은 ‘나홀로 중개’의 한계를 느끼다 2017년 집토스에 합류했다. “매물을 보여주기만 하는 건 중개가 아니라는 철학이 있었어요. 매물을 고객 니즈에 맞게 세분화해서 1위부터 100위까지 서열을 다 매겨놓고 매칭을 했는데, 이걸 엑셀로 하면 좀 구리거든요. 허위매물을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도 경험하고, 혼자서는 힘들다는 걸 많이 느꼈죠. 기업형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현장에서 아마추어리즘과 싸우던 공인중개사는 아이티(IT) 개발자가 있는 집토스에서 자신의 중개 노하우를 매물수집·고객관리 프로그램으로 구현했다.
지난 7월 기준 집토스가 유치한 투자금 규모는 136억원이다. 2018년 30여명 수준이었던 공인중개사는 올해 155명으로 5배 느는 등 기업 규모도 커졌다. 사업 영역도 아파트로 확장되고 있다. 홍지표 본부장은 아파트팀 신설에 대해 “가수들이 팬들에 의해서 강제 컴백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원룸 고객이 저희 대표번호로 전화해서 아파트를 구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준비가 안 됐다고 계속 거절하다가 문의가 너무 많아져서 아파트팀을 어쩔 수 없이 만들었죠. 원룸으로 시작해서 고객 생애주기에 맞춰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규모가 커지지 않을까 싶어요.”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